주식 공매도 부활 여부를 놓고 우리 사회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논쟁 확산은 그간 그들만의 일로 여겨져 왔던 공매도 문제가 이제는 민감한 사회적 관심사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그 정도로 요즘 우리 사회엔 주식 투자에 나서거나 관심을 쏟는 이들이 많아졌다. 논쟁의 요지는 오는 3월 15일로 종료되는 주식 공매도 금지조치를 지속할지 여부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금지조치 연장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키우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공매도는 남의 주식을 빌린 뒤 이를 팔아 현금화해 기다렸다가 주가가 떨어졌을 때 같은 주식을 사들여 현물로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없는 주식을 판다는 의미에서 공(空)매도란 이름이 붙었다. 결국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볼 수 있는 제도라 할 수도 있다.

공매도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토대로 시장 흐름을 예측하는 이들에게나 유용한 제도다. 그러다 보니 공매도는 외국인 또는 기관 등이나 활용하는 배타적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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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 더 떠 공매도 제도가 악용되는 예도 없지 않다. 무차입 공매도를 행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부당 행위인 업틱룰 위반이 적발되기도 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매도부터 하는 행위로서 현행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 공매도 때 시장가격 밑으로는 호가를 낼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업틱룰은 법률에 의거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증시가 자체 규정으로 정해둔 공매도 행사 원칙이다.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국거래소가 증권사들을 상대로 벌인 특별감리에서도 무차입 공매도 및 업틱룰 위반 의심 사례가 몇 건 적발됐다. 이는 불법성을 적발하기 쉽지 않은 공매도의 특성상 우리 증시에서 부당한 공매도 행위가 심심찮게 자행돼 왔음을 시사해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은 그 이상이다. 마음만 먹으면 기관이나 외국인이 특정 주식을 공매도해 주가를 크게 떨어뜨린 뒤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실제로 외국인 등이 공매도로 차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더구나 개인들은 공매도가 철저히 외국인이나 기관에 유리하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곤 한다. 최근 들어서는 개인들의 주장에 정치권 인사들이 힘을 보태면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도드라졌다. 개인들의 주장엔 일견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개개인 차원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로 보면 공매도는 중요한 순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특정 종목 공매도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외국인이나 기관이 특정 종목을 공매도할 때는 대개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그들은 주가 하락 기미가 있는 종목, 과대평가된 종목 등을 나름대로 분석한 뒤 공매도 대상으로 삼는다는 얘기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당 주식에는 합리적 가격이 매겨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격발견 기능이라 부르며 공매가가 지닌 가장 큰 순기능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순기능은 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데 기여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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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공매도는 주가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큰 역할을 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매도가 주가를 마구 떨어뜨리는 게 아니고, 반대로 작전세력의 장난을 막아주는 착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이런 쪽에 모아져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공매도는 선진 자본시장에서 예외 없이 채택되고 있다. 이를 배제하면 선진 자본시장이 아니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증시가 선진시장에 편입되려면 공매도 제도 운용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공매도는 주가 폭락시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섣불리 걷어차 버릴 수 없는 제도다. 이들 큰손 입장에서는 공매도 제도가 배제된 시장은 결코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없다. 공매도 배제는 결과적으로 우리 금융시장을 동네 우물로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공매도에 내포된 역기능과 그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다. 이 점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때마침 금융 당국은 몇 가지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한 국회가 최근 제도 개선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상응하는 후속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불법 공매도 적발시 당사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부당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내도록 한다는 것 등이다. 유상증자 기간 중 공매도시엔 증자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새로 마련했다.

선의로 만들어진 모든 제도가 그렇듯 공매도에도 일부 부작용이 있는 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제도일 경우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보완·발전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게 장기적으로 우리의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공매도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금융 당국과 국무총리가 엇박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그 배경이 무엇이든 지금처럼 증시가 달아오른 상황에서까지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공매도 무용론을 펼치는 것과 같다. 한 차례 더 연장했다가 6개월 뒤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지면 그땐 연장론이 아니라 폐지론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금융 당국이 이참에 공매도 금지조치 논란에 확실히 쐐기를 박아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대표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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