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TV홈쇼핑의 과도한 소구(訴求) 행태가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같은 행태를 감시하고 제재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채널 수 증가와 함께 홈쇼핑 업체 또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게 일차적 배경인 듯 보인다.

홈쇼핑 업체들의 무리수는 대개 쇼 호스트들의 자극적인 언사를 통해 나타난다. 요즘 들어서는 상품의 품질에 대한 허위·과장보다 쇼 호스트들의 말이 물의를 빚는 경우가 더 많다. 시청자들의 소비 욕구를 최대한 자극하기 위해 해선 안 될 말까지 마구 뱉어내는 일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지난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롯데홈쇼핑과 CJ오쇼핑플러스의 케이스가 딱 그 짝이다. 이날 방송통신심의위 광고심의소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이들 홈쇼핑에 대한 행정지도 조치인 ‘권고’를 결정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위원회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0월 27일 방송 과정에서 쇼 호스트가 성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을 지적하며 “각별한 주의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광고심의소위는 “여성은 외모를 통해 건강을 발현한다는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말로 이번 조치의 구체적 사유를 밝혔다. 다만, 생방송 중 나온 돌발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권고’ 결정은 규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 조치다. 그에 따른 법률적 불이익은 수반되지 않는다.

당시 방송에서 롯데홈쇼핑 방송 진행자는 “섹시하다는 게 여자한테는 건강하다는 거잖아요?” “섹시하다는 건 건강에 대해 우려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여성을 성적 매력과 동일시함으로써 대상화, 상품화하는 등의 반사회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부적절성과 반사회성으로 치자면 CJ오쇼핑플러스도 롯데홈쇼핑 못지 않았다. 광고심의소위는 CJ오쇼핑플러스가 지난해 12월 16일 방송에서 의류의 목 부분 신축성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샴쌍둥이를 거론한 부분을 문제시했다. 선천적 장애로 몸의 일부가 붙은 채로 태어난 샴쌍둥이를 신화 속의 괴물 메두사에 비유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심의위는 이 케이스 역시 상대방의 말에 호응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나온 발언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오류 시정을 ‘권고’하는 수준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CJ오쇼핑플러스 방송에서는 “여기 한 머리 더 들어가는 상황이에요. 그 뭐, 샴쌍둥이” “메두사, 메두사”라는 발언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에서 보듯 홈쇼핑 방송 진행자들의 발언은 나름 방송용어 순화에 힘쓰려 애쓰는 여타 지상파 또는 케이블방송들에서는 듣기 힘든 것들이다. 아무리 맥락을 이해하려 한다 해도 시청자들로서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발언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배경엔 방송통신위의 솜방망이 제재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생방송이니까, 맥락상 이해할 여지가 있으니까, 의도성 없는 돌출 발언이니까 등등의 사유를 들어 강력한 조치를 유보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 방송 진행자나 출연자들의 자극적 언사는 시청자의 눈길을 오래 묶어두려는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경쟁 업체가 늘면서 시청자들의 채널 전환이 용이해진 홈쇼핑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방송위의 이번 결정은 그래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유의 조치가 자칫 홈쇼핑 업체들에게 ‘그 정도 선까지는 용인될 것’이란 그릇된 메시지로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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