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건산연이 2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자료집’을 통해서였다.

건산연은 우선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이 전방위 대책을 망라해 빈번히 발표됐지만 그 효과는 미약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정부의 잦은 종합대책 발표가 오히려 주택 매매가 및 임대료 상승, 풍선효과, 가수요 촉발, 수급 불일치 심화 등의 부작용을 양산했다고 진단했다.

건산연이 지적한 정부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의 핵심적 오류는 ‘규제’였다. 앞서 언급한 각종 부작용도 결국 규제 중심의 정책을 강화해온데 따른 결과라는 게 건산연의 시각이다. 건산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과 세제, 공급 규제 등을 망라한 종합대책이 매년 한 차례 이상 발표됐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들어 대책의 단기 효과는 미약해지고 대책 주기도 짧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건산연이 규제와 관련해 지적한 첫 번째는 국지적 규제의 강화였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국지적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지금은 제주를 제외한 15개 광역시·도 모두에 조정대상지역이 분포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제 분야 규제와 관련, 건산연은 초기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위주로 세제를 강화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취득세와 공시가격 인상을 통한 규제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취득→보유→처분의 전단계에 걸쳐 세부담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세부담 증가 대상도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로 확장됐다. 공시가격 상승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및 일시적 2주택 요건 강화 등이 그 이유다.

금융 규제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투기 수요 차단을 목적으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더니 종국엔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시켰다. 건산연은 또 현재 우리의 규제지역에 대한 LTV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공급 규제도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중요한 일부다. 건산연은 현 정부가 초기엔 공급이 충분하다고 잘못 판단하는 바람에 2019년에 가서야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엔 도심공급 확대 정책으로 돌아섰으나 공급의 다수를 책임지는 민간사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재건축과 재개발 억제 역시 공급 규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건산연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탓에 도심 내 공급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됐고, 그 결과 수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됐다고 보았다.

분양가 규제 역시 공급 규제의 일환으로 줄기차게 이어져왔다. 이는 로또 분양을 양산하면서 가수요를 촉발했다고 건산연은 분석했다. 또 다수의 규제 정책이 수요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바람에 ‘영끌’에 의한 주택 매입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건산연은 이상의 각종 규제정책이 주택 매매가와 임대료 동반 상승, 풍선효과, 가수요 촉발, 공급 왜곡, 자산가격 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을 가져다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제공]
[그래픽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제공]

가격 상승 현상과 관련, 건산연은 최근 4년여 동안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전국적으로는 22.1%, 수도권에서는 39.9%, 서울의 경우 68.3% 상승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임대차 2법을 시행해 실거주 요건 등을 강화한 탓에 임대 매물이 감소하고 신규 임대차 계약 시의 임대료는 급등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건산연은 임대료 불안 문제가 당분간 더 심각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공급 왜곡 역시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건산연은 재개발 및 재건축 규제 강화로 도심 아파트 공급 여건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국내 주택 가격 상승의 진원이 도심의 중산층 분양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은 외곽지역에 대한 주택공급 또는 도심 임대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의 오류가 초저금리 환경에서의 주택시장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우리 사회 특유의 자산 수요와 매매·임대차시장 구조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세제 강화 정책에 대해 건산연은 “세제 등 비용 증가가 (주택의) 저가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집주인들이) 절세 방안을 모색하거나 임대료에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이 이번 자료집을 통해 제시한 문제 해결의 첫 번째 키는 규제 해제였다. 건산연은 “규제 중심에서 시장 정상화 정책으로 선회해야 초저금리 하에서 가격 상승을 방어하고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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