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신임 사장의 돌출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행가 가사 말마따나 “세상이 왜 이래~”라는 말이 일상화된 요즘이지만, 이전의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할만 했다. 특히 괴이한 점은 예상 밖의 발언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의 발언 요지는 인국공 사장에 취임하더라도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관리를 병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김 사장의 그런 의지는 이미 알려져 있던 터였다. 그래도 설마 했건만 그 사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분명히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인 김경욱 사장은 작년 4월 총선 당시 충북 충주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리고 이번에 인천국제공항 사장에 임명돼 지난 2일 취임식을 가졌다. 김 사장은 인국공 사장 취임이 확정된 뒤에도 자신이 정계를 떠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오른쪽)이 공사 로비에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중인 노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일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오른쪽)이 공사 로비에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중인 노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공기업 사장으로 지명된 이가, 그것도 낙하산 시비에 휘말린 사람이 이처럼 드러내놓고 지역구 관리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반인들에게 그런 행태가 당당한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정부 부처 장관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의원직을 보유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국회 표결 때 표를 행사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긴 하다. 현 정부 들어서는 각료들의 의원 겸직 사례가 유독 많아지면서 우리나라가 마치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는 이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굳이 이해하려 들자면 그럴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무적 판단과 행동이 어느 정도 요구된다는 평가를 받는 자리가 장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해도 공기업 사장직은 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더구나 우리의 공기업들은 각자 민간 대기업 뺨칠 만큼 큰 덩치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경영 효율성은 민간기업의 그것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게 보통이다. 방만 경영과 그로 인한 대규모 적자 등은 그런 평가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다. 물론 인국공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인국공은 우리나라의 관문이자 얼굴인 인천국제공항을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할 공기업이다. 혁신 과정은 으레 비지땀과 뼈를 깎는 고통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인국공은 현재 외부업체 소속인 보안검색요원들을 본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이 작업은 전임 사장의 무리한 추진으로 말썽을 빚더니 결국 중도에서 멈춰서 버렸다. 따라서 이 과제는 고스란히 신임 김경욱 사장의 몫으로 넘겨지게 됐다.

김 사장 개인이 덤으로 해결하고 돌파해야 할 과제도 있다. 취임 첫날부터 나타난 노조의 강력한 취임 반대 정서가 그것이다. 김 사장은 첫 출근 날 아침 건물 1층 로비에서 ‘낙하산 반대’ 피켓을 든 노조원들에게 막혀 1시간여 동안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봉변을 당했다.

노조 대표와의 면담 끝에 사무실 진입에 성공했지만, ‘낙하산 인사’라는 낙인을 업무 성과를 통해 지워야 하는 과제가 김 사장 앞에 놓여져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그의 ‘지역구 관리’ 운운이 우려와 비난을 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 그에게 요구되는 것은 만사 제쳐둔 채 인국공 업무 파악에 나서면서 임직원들과 함께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다짐하는 일일 것이다.

정황으로 보아 그렇게 해도 낙하산 연착이 이뤄질까 말까 한 판국이다. 이런 판국에 한쪽 발을 지역구에 담근 채 인국공 수장직을 수행하려 한다면 앞으로 더 큰 사내외 저항에 부딪힐 게 뻔하다. 그럴 요량이라면 진정으로 인국공을 위해 올인할 사람에게 자리를 넘기는 게 순리다. 그 자리를 맡을 사람은 차고 넘칠 테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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