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3-07 10:24 (일)
[Editorial-우리 생각엔…] 2·4 부동시장 안정화 대책의 성공 조건
[Editorial-우리 생각엔…] 2·4 부동시장 안정화 대책의 성공 조건
  • 박해옥
  • 승인 2021.02.05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25번째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을 제시했다. 세간의 평가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과거 스물 네 차례에 걸쳐 나온 대책에 비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번 2·4대책을 두고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점은 모처럼 대규모 공급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비로소 정책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그간 고집스레 수요 억제에 몰입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만 해도 놀라운 변신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새로 공급하겠다는 주택 물량은 아파트 위주로 83만호를 상회한다. 이중 32만8000호는 서울에 공급된다. 서울과 인천, 경기가 포함된 수도권 단위로는 공급물량이 61만8000호에 이른다. 향후 5~10년 안에 이 정도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면 집값 안정화에 대한 기대를 가져볼 수도 있을 법하다.

정부는 공급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2025년까지 그에 상응하는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4 부동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2·4 부동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주택 공급 방식도 획기적이란 평을 들을 만하다. 정부가 구상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첫째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 시행을 조합들이 맡았던 것과 다른 방식이다.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면 실패 가능성이 낮아지고, 사업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에 대한 개발사업을 공공이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 그것이다. 후자의 사업은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이들 사업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로써 해당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메리트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용적률 완화 혜택이다. 서울 역세권에는 700%, 준주거지역에서는 500%의 용적률 적용이 허용된다.

주민들에게는 기존의 자체사업보다 10~30%포인트 더해진 수익률을 보장하기로 했다. 다만, 그 이상의 수익은 환수해 공공임대 및 공공자가주택 공급 등 각종 주거복지 정책에 활용한다. 개발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찬성 요건도 기존의 4분의 3에서 3분의 2로 완화된다. 더구나 사업심의를 통합함으로써 진행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렇게 할 경우 재건축이나 재개발 과정이 기존의 13년 이상에서 5년 정도로 크게 단축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그간 아파트 재건축의 큰 걸림돌이었던 초과이익환수제나 2년 의무거주제도 면제된다. 이들 규제는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사업성에 대한 우려로 재건축을 망설여온 노후 단지 주민들도 이번 제안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공공개발로 공급되는 주택에 대한 일반공급 비율을 절반으로 늘리고 그 중 30%에 추첨제를 적용한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내용이다.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특징은 국·공유지 활용에 치중했던 기존의 틀에서 탈피해 도심 내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 가격 상승이 도심 역세권의 분양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적절한 방향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이번 대책이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실행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어느 곳에, 어느 정도 물량을, 어떤 형태의 주택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구체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에 재개발 및 재건축 예정지의 토지 및 주택 소유자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도 아직은 짐작하기 어렵다. 각종 혜택에도 불구하고 ‘공공 개발 주택 = 싸구려’라는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의 주민 동의 기준을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한 것으로 인해 사유재산권 및 주거권의 과도한 침해라는 반발이 일 수도 있다. 묵살될 수 있는 반대 의견의 비율이 더 높아진 것 때문이다. 기존 제도 하에서도 정비사업 진행시 4분의 1 가까운 의견이 묵살된다는 게 뜨거운 현안으로 남아 있었다.

2·4대책 발표 시점 이후 사업구역 안에서 토지 등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현금청산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도 논란의 소지를 않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구역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미리 제재 방침을 정한 뒤 그것을 적용하다 보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대책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 기능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사회라면 주택 공급에서는 민간이 주가 되는 게 상식이다. 시장원리를 논하기 이전에 주거의 질이나 다양한 욕구 충족 측면에서 보더라도 민간 주도가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공공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보조역할을 하는 게 정상적인 모습이다. 시행을 공공이 맡을 뿐 시공은 민간 건설사들이 맡을 수 있지만 사업 자체가 공공주도라는 점은 아무래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서울 주요 지역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공공 직접 시행을 선뜻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이상의 예상되는 문제들을 보강할 기회는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지역 특성을 감안한 민간 주도의 재건축 등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2·4대책에 가미된다면 시장에 보내는 공급 신호는 보다 확실해질 수 있다. 남은 것은 정부의 결단뿐이다. 결국 이번 2·4대책의 성공 여부는 정부의 보다 과감한 결단이 수반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