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달 취업자 수가 98만2000명 줄어들었다. 환란으로 나라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던 1998년 말 이후 나타난 최대 감소폭이다. 역대 최악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1998년 12월 당시 취업자 감소폭은 128만3000명이었다.

지금 우리의 경제 여건이 경제주권마저 잃어버렸던 환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만 가까운 취업자 감소는 참사 수준이라 할 만하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특히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지만 단지 감염병 탓만 하기엔 그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1년 전 같은 시점보다 98만2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세는 벌써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취업자 감소세는 대략 20만~40만명대를 유지하더니 작년 12월엔 그 폭을 급격히 키워 62만8000명에 이르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의 급격한 취업자 감소는 정부 재정으로 뒷받침해온 고령자 대상 알바성 일자리의 대폭 감소와 관련이 깊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 60세 이상 일자리 만들기가 반짝효과를 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기저효과에 의한 일자리 증가세 둔화를 초래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달의 일자리 쇼크는 비교 시점인 2020년 1월 취업자 수가 56만8000명 늘어났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비교시점의 취업 상황이 양호했던 점이 지난달 일자리 관련 수치 집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취업자 현황 조사가 연말의 노인 일자리 사업 종료 시점과 새해의 신규 노인 일자리 사업 시작 시점 사이에 이뤄진 점도 통계수치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는 1주간에 걸쳐 진행되는데 조사 기간 중 1시간 이상, 수입을 목적으로 일을 한 사람이라면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취업자 분류 기준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현 정부가 이 같은 분류 기준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통계수치에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재정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60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알바성 단기 일자리를 다량 제공함으로써 일자리 관련 통계수치를 보기 좋게 꾸미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일부 경제 전문가들과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통계를 ‘분식통계’라 부르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1월 취업자 현황은 그 같은 ‘분식’ 요소가 제거된데 따라 나타난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자리 참사를 대변해준 부문은 서비스업종이었다. 지난달 취업자가 특히 많이 줄어든 분야는 숙박·음식점업(-36만7000명)과 도·소매업(-21만8000명),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10만3000명) 등이었다. 서비스업에서 줄어든 일자리만 따로 집계하면 그 수는 89만8000명에 달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대면 서비스 관련 업종이 코로나19 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8일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시킨 이후 수도권에 대해서는 같은 수준의 방역 시스템을 운용해오고 있다.

일자리 감소에 따른 충격이 주로 고용 취약 계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현황이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임시근로자(-56만3000명), 일용근로자(-23만2000명),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5만8000명)가 비교적 많이 일자리를 잃었다.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줄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연령대별 취업자 감소폭은 20대 25만5000명, 30대 27만3000명, 40대 21만명, 50대 17만명, 60세 이상 1만5000명 등이었다. 60세 이상 연령층의 취업자가 줄어들기는 2010년 2월(-4만명) 이후 처음이다.

실업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5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1년 전 당시보다 41만7000명 늘어난 157만명이었다.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6%포인트 악화된 5.7%로 치솟았다. 1월 기준으로는 2000년 이후 최고치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1.8%포인트 상승한 9.5%를 기록했다.

이날 통계청 발표가 나오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고용 상황 악화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는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1분기 중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협력을 토대로 ‘90만+알파’의 직접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엔 한계가 따른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답은 과감한 규제 해제와 노동개혁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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