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단기 등락은 있겠지만 국내 증시가 당분간 조정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상승 기조가 두드러지게 꺾이지는 않더라도 단기적으로 박스권 내에서의 조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이전의 증시 활황세가 약화될 기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쪽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이들의 매수세는 최근 들어 현저히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정 국면 진입을 예고하는 대표적 요소는 고객예탁금과 거래대금의 동반 감소세다. 주식 매수용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올 들어 68조~70조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65조24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2일의 역대 최고치인 74조4559억원에 비하면 10조 가까이 줄어든 액수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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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44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일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이달 8일 기준 9조53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덩달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도 이달 들어 크게 감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6조5000억원이었으나 이달 상순의 일평균 값은 19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통상적 기준으로 보면 거래대금의 감소는 당분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한다. 거래대금 감소세는 개인들의 투자 움직임이 둔화된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의 매수세 둔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는 개인들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3200선을 넘겼으나 게임스톱 사태와 애플카 협상 결렬 등을 계기로 관련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 증시는 박스권내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증시가 변동성을 줄이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변동성 약화는 코스피의 일일 변동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진폭을 크게 줄인 가운데 2947~3142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6%에 달했던 일 평균 코스피 변동률은 달이 바뀌면서 1.9%로 감소했다. 지난달만 해도 코스피 지수가 2% 이상 등락한 날은 9거래일이나 됐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그 일수가 단 하루로 줄어들었다. 이는 증시에서의 변동성이 그만큼 축소됐음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장기간에 걸쳐 상승세를 탄 증시가 잠시 조정기를 거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수의 고평가에 대한 부담이 누그러지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로서는 주가 상승 흐름을 결정적으로 뒤바꿀 특별한 악재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호재가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호재로는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경기부양책 가시화 움직임과 상장사들의 양호한 실적,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세 둔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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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저금리 및 자산매입 정책의 지속 의사를 밝힌 것도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주었다.

미 하원은 이달 말까지 현금 지급 및 실업급여 추가지원 등과 관련한 부양 법안을 가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규모 부양책이 현실화되면 시장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주 미국의 10년짜리 국채 금리는 1.2%를 넘어섰다.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그만큼 커지게 되고 이는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17일 공개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1월 회의 내용을 담을 이 의사록은 완화책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날 발표될 미국의 1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생산자물가 등도 관심을 둘 만한 요소들이다. 이들 요소가 실물경제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18일 발표되는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도 관심을 둘만한 사안이다.

한편 대통령의 날인 15일은 미국 금융시장이 휴장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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