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연이틀 고용 상황에 대해 거론하며 비상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이번 지시는 문 대통령이 고용 현황에 대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강도로 우려를 표하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의 고용 상황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를 인용하면서 “지난달 취업자 감소폭이 100만 명에 육박하고, 실업자 수도 15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업종별·계층별 양극화 심화를 아프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양극화가 곧 소득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공공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과감한 투자 지원과 규제 혁신으로 민간의 일자리 창출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구체적 방안 중 하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합심해 올해 1분기 안에 90만개 플러스 알파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도 ▲민간의 고용유지 전방위 지원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그들을 위한 취업 기회 확대 ▲고용 안전망 확충과 직업훈련 고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도 전에 없이 강한 톤으로 지금의 고용상황을 거론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역대급 고용위기”라는 이례적 표현을 써가며 “예정된 고용대책을 넘어서는 추가 대책을 비상한 각오로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간 고용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 점도 이채로웠다. 문 대통령은 “민간이 어려울 때는 정부가 마중물이 될 수밖에 없지만 온전한 고용 회복은 민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들은 정부의 고용 상황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줄 만큼 이례적이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일자리 늘리기 방안으로 공공의 역할을 유난히 강조해왔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통계청이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방안을 강조하는데 그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당일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공공부문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테면 올해 계획 중인 직접 일자리 사업의 80%인 83만 개,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44%인 2만8000여 개를 1분기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었다. 공공기관의 올해 채용 계획 인원 증 45%를 1분기에 채용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드러냈다.

이는 정부가 여전히 공공주도 일자리 창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간 정책기조 변화를 줄기차게 촉구해왔다.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만이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하다는 것이 그런 주장의 핵심이었다.

올해 1분기에 일자리 상황이 최악에 이르리라는 것은 정부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1년여 전 연말연시 즈음에 공공 일자리 공급이 대거 증가한데 따른 기저효과가 예상됐던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1년 가까이 이어져온 것이 그 배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자리 상황이 1분기를 저점으로 삼은 뒤 점차 나아질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려 한 측면이 있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통계청의 작년 일자리 관련 통계가 발표된 지난 10일에도 고용 상황이 1월을 바닥으로 삼은 뒤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방역 및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하면 향후 고용 상황도 보다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일자리 참사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인식을 내비쳤다고 볼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하지만 15, 16일 연이어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청와대가 지금의 고용 상황이 전에 없이 엄중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민간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이 한 발 더 나아가 과감한 투자 지원과 규제 혁신으로 민간의 고용 여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점 또한 눈길을 끌만했다.

사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취해온 일자리 창출 방식은 연간 20조원 이상의 재정 투입에 의한 단기 알바성 일자리 만들기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달(취업자 수 98만2000명 감소)의 일자리 참사는 일시적으로 그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었다. 일시적으로 고령자 일자리 사업이 중단되자 참담한 본래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노정됐다는 의미다.

최근 우리나라는 수출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우리 수출은 480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1.4%나 증가한 수치다. 이달 상순의 수출(통관 기준)도 이미 180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69.1% 증가한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내수는 여전히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의 두 축인 설비투자와 소비 모두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주도하는 설비투자가 부진하다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민간 소비는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 속에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 폭만 줄었을 뿐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비대면 일상화로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에서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도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점을 거론했다.

현재의 고용 부진을 타개하려면 문 대통령이 이번에 새롭게 강조했듯이 규제를 과감히 풀어줄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 등을 통해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방책 중 하나다. 요약하자면 기업이 자유롭게 설비투자를 늘려 공장을 새로 지을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다소나마 늘려 기업이 사람 뽑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꺼리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고용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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