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현대자동차가 만든 전기차의 화재 사고가 승용차와 버스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사례를 종합해보면 전기차 화재 사고는 차종 불문, 차량 상태 불문의 예측 불가능성까지 지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전기차 화재는 주로 승용차인 코나EV에서 발생했다. 국내·외적으로 15건의 화재 발생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는 주로 주·정차 중 일어났지만 2019년 오스트리아에서의 화재사고는 주행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정차 중 사고엔 충전 중 사고도 포함돼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전기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많은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주행 중인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창원 전기버스 화재. [사진 = 연합뉴스]
창원 전기버스 화재. [사진 = 연합뉴스]

전기버스 화재는 지난 15일 낮 경남 창원시 도로상에서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문제의 버스에는 승객이 한 명도 없었다. 2019년산인 이 버스는 공장에서 막 정비를 끝낸 뒤 차고지로 이동하던 중 화재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인해 전기차 화재는 차종과 차량 상태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음이 보다 분명해졌다.

승용차 화재의 경우 자동차 제조사의 리콜 조치 이후에 발생한 것도 있다. 이 역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한 번 더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차 화재 사고의 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데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국토교통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 등이 전방위적으로 조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화재 원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한결같이 배터리가 장착된 부분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배터리 이상을 의심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전기버스 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최초 화재 발생 위치가 버스 지붕 쪽이었다는 점으로 인해 배터리 또는 배터리 시스템의 전기적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심증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통상 전기차의 배터리 팩은 승용차의 경우 차량 바닥에, 전기버스의 경우 지붕 쪽에 설치된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고려할 때 이번 전기버스 화재 사고의 원인도 쉽사리 밝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셀의 불량이 원인인지, 배터리셀 조합의 문제인지, 배터리팩 운용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사와 차량 제조업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점도 화재 원인 규명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다.

결국 논란만 이어지는 가운데 위험을 무릅쓴 전기차 운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한 표현인지 모르나 자동차 소비자 또는 승객들로서는 안전을 걸고 복불복 게임하듯 전기차 이용을 지속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다.

지금 국내에서는 승용이나 버스를 막론하고 전기차 이용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런 추세 속에 다음 달엔 인천 송도 신도시와 서울 강남을 잇는 광역버스 노선에 2층짜리 전기버스가 투입된다.

하지만 이를 마냥 반기기엔 상황이 너무 엄중해졌다. 승용차뿐 아니라 다중 이용 도구인 전기버스에서, 그것도 주행 중 화재가 발행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모든 참사는 늘 설마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은 전기버스 사용부터 자제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유독 LG화학 또는 그 후신인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는 점도 사고 예방책 마련과 관련해 심각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의 대외적 위상이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민 안전이기 때문이다.

이젠 당국의 보다 과감한 결단과 결정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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