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삼성증권의 계열사 임원들에 대한 거액 대출 사건이 조만간 실체를 드러낸다. 금융감독원이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수 일내 마무리하는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지난달 11일부터 벌여온 조사를 오는 26일 종료한다.

종합검사 형식으로 진행된 삼성증권에 대한 금감원의 이번 조사는 2015~2018년에 행해진 삼성 계열사 임원들에 대한 거액 대출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법성이 다분해 보이는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 사건을 앞장서서 공론화한 이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 참석, 삼성증권의 관련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당시 박 의원은 삼성증권이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각종 지본시장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하면서 계열사 임원에 대한 거액 대출 문제를 거론했다. 삼성증권이 2015년부터 약 3년간 계열사 임원들에게 100억 원가량을 대출해주었다는 것이 요지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박 의원은 자신이 파악한 문제의 임원만 1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출액 중 상당수는 삼성 계열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원들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원들에게는 각각 10억~30억원의 신용공여가 이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하반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바꾼 일로 고의분식 논란에 휩싸이는 바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거래 정지를 당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자본시장법상 계열사 임원에게는 기본적으로 1억원 이상을 대출해줄 수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자본시장법은 계열사 임원에게 대출할 때 1억원과 대출받을 사람의 연봉 두 가지 중 낮은 액수를 넘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 임원들의 연봉이 1억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에 대한 대출액은 1억원 이내로 제한된다.

박 의원은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훨씬 많은 불법 행위들이 적발될 것이라는 의미다.

박 의원의 그 같은 인식은 국회 발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삼성 그룹 임원들이 삼성증권을 개인금고처럼 이용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금융당국이 개인적 일탈인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기획한 행위인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삼성 계열사 임원들에 대한 거액 대출 사건이 조만간 실체를 드러낼 경우 삼성증권은 3년 전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 파동에 이어 또 한 번 거센 비판 여론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4월 벌어진 삼성증권 사태는 한 직원이 현금배당 28억원을 주식 28억주로 잘못 전산입력하는 바람에 벌어졌다.

사실 당시 사태는 그 자체로는 담당 직원의 실수로 볼 수밖에 없는 단순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오류를 짐작했을 법한 직원들 일부가 잘못 배당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금융기업으로서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음을 대대적으로 알린 셈이었다.

이 일은 큰 사회 문제로 비화했고, 종국에는 공매도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낳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고, 수십만의 호응까지 얻었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하지만 파장의 크기와 별개로 이번 거액 대출 사건은 삼성증권의 도덕성에 더 큰 치명타를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 사건과는 유가 다르다 할 수 있다. 지속성과 반복성, 진행 과정의 연계성 등이 내재된 사건의 성격상 해프닝이라거나 개인의 단순 실수 또는 개인적 일탈이라 치부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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