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우리 사회의 소득불균형이 더욱 심화됐다. 이는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번 통계청 자료는 현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물론 복지 정책에도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이하 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164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1.7% 늘어난 액수다. 다소 아쉬운 증가폭이지만 이 자체만 놓고 보자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사회복지의 주 대상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이 미미하게나마 증가했다는 점에서 최악은 면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서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가 내재돼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첫 번째 문제는 소득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눈여겨볼 점은 1분위 가구의 소득 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불행하게도 이들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9만6000원에 불과했다.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비율이 이처럼 낮다는 것은 자력에 의해 삶을 영위해나갈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전체 소득에서 땀 흘려 일해 버는 돈이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친다면 결국 외부의 조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역할을 주로 감당해야 할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국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1분위 가구의 소득 항목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이전소득(73만7000원)이었다. 이들 가구의 소득 중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45%나 됐다. 이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공적 이전소득이었다. 이전소득 73만여원 중 54만3000원이 공적 이전소득이었다. 즉, 1분위 가구에 정부가 매달 지원하는 돈이 그 정도라는 의미다.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득 중 공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에 이른다.

근로소득이 줄어드는 대신 이전소득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3.2%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공적 이전소득은 17.1% 증가했다. 이는 저소득 계층의 자생 능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복지정책의 초점이 저소득층의 자립기반 확충에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방향이 크게 잘못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5분위 배율의 확대다. 1분위 가구와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 간 소득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돼가고 있는 게 문제라는 뜻이다. 통계청 자료에 나타난 작년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1년 전보다 악화된 4.72배였다. 이는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 소득이 1분위의 그것에 비해 4.72배 수준임을 말해준다. 이 배율은 1년 사이에 0.08배 포인트 증가했다. 상·하위 20% 가구 간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얘기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지난해 3분기 중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1년 전보다 0.22배 포인트 악화된 4.88배를 기록했었다. 이로써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의 소득 불균형 정도는 2분기 연속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의 ‘균등화’는 가처분소득 산정시 가구원 수까지 감안했음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번 통계청 자료는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양극화 해소 정책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는 1분위 가구의 소득 증대가 정부의 무데뽀식 재정 투입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정치논리까지 가미된 선심성 퍼주기는 더더욱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지금의 방식을 고수해나간다면 국가 재정은 재정대로 파탄나고 빈부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는 끔찍한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재정 파탄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재정 중독이라 할 만큼 현 정부의 재정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해법은 편집광적인 이념적 집착을 버리고 순리에 맞는 실용적 정책을 펼치는 일이다. 즉, 정부가 소득 하위 계층에게 안정적인 민간 일자리가 제공되도록 인프라를 조성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먼저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이 그에 상응해 자유롭게 시설투자에 나서며 일자리를 늘려준다면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이 향상되면서 소득 양극화 문제는 저절로 풀리게 돼 있다. 그 같은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재정 건전화와 일자리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도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