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가전은 LG전자라더니, 폐가전 불법 투기가 웬 말이냐?”

서울 관악구에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제보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이 제보자가 기자에게 전한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 15일 오후 4시경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인근의 한 골목길. 이곳에 2.5t LG전자 운송차량이 들어와 정차했다. 이후 배달 업무를 마친 설치기사가 LG전자의 폐냉장고(사진) 한 대를 내려놓고는 잠시 후 차에 올라 사라져버렸다. 폐냉장고를 골목길에 버려두고 간 것이다.

폐냉장고 하차 장소는 제보자가 운영하는 골목식당 앞이었다.

[사진 = 제보자 제공]
[사진 = 제보자 제공]

제보자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 한숨만 쉬고 있는데, 장사하는 길목에 떡하니 폐냉장고를 버리고 가는 게 말이 되나. 그것도 대기업인 LG전자가?”라며 분노를 표했다. LG전자 운송차량의 투기 행위는 CCTV에 그대로 찍혔다.

당시 LG전자 운송차량에는 운전기사를 포함해 두 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날 버려진 문제의 폐가전제품은 LG newzen 90ℓ 간냉식 냉장고였다. 현행법상 대형 가전제품을 무단으로 투기할 경우 1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LG전자는 자사 전자제품을 구매한 고객에 한해 해당 고객의 폐가전제품을 브랜드에 상관없이 무상으로 수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폐가전제품 무상수거 서비스는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한국전자제품 자원순환공제조합이 무상으로 폐가전제품 방문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LG전자에 문의하자 사측 관계자는 “판토스 측에 문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폐가전 처리 등 물류서비스는 판토스에 맡기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물류기업 판토스(대표 최원혁)는 LG상사의 비상장 자회사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자, 기계, 화학, 정유, 건설, 유통, 식품, 에너지, 패션 등 다양한 산업군의 약 13000여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판토스 관계자는 LG 폐가전제품 무상수거 시스템에 관해 묻는 기자 질문에 “폐가전제품을 수거할 경우 제품 종류 등을 상세하게 보고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스템을 통해 이번 문제를 선제적으로 확인했고, 해당 기사에게 재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도출한 결과에 따르면 기사는 신규 가전을 하차하기 위해 폐냉장고를 잠시 차량에서 내려놓았다. 이를 수거했어야 했는데 깜빡한 것이다. 기사의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보자의 말은 달랐다. 해당 기사는 당일 골목길 주변 누구에게도 그 같은 정황을 설명하지 않았고, 자기 일을 모두 마친 뒤 차량에서 꺼낸 폐냉장고만 골목길에 남겨두었다.

거듭된 질문에 판토스 관계자는 “해당 기사는 회사 정직원은 아니고, 개인사업자로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지난 16일 폐냉장고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과 판토스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이번 LG전자 폐냉장고 방치가 무단 투기였는지 단순 실수였는지 확실히 가려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정황으로 보면 무단 투기를 의심하는 게 더욱 합리적인 듯 보인다. 특히 16일 오전 기자가 사건 경위 취재에 들어가자 당일 오후에야 문제의 냉장고를 회수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구본준 LG그룹 고문은 LG상사, 판토스 등 5개 회사를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한 뒤 신설 지주회사인 ‘LX’를 설립했고 직접 대표이사에 올랐다. 판토스는 소속이 변경됨에 따라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5월 1일 자로 사명이 ‘LX판토스’로 변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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