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다시 한 번 비둘기의 면모를 드러냈다. 시장의 우려를 덜어주려 작심한 듯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준은 18일(한국 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00~0.25%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은 위원들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이뤄졌다.

연준은 시장을 달랠 추가적 메시지도 내놓았다. 현행 기준금리 수준을 2023년까지는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메시지는 이날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전 것과 다소 달라지긴 했지만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에서도 다수의 FOMC 위원들은 2023년까지 지금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내년 중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올라갈 것이라 전망한 위원 수는 지난해 말 1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위원들의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내후년까지 현 수준이 유지된다는데 모아져 있었다. 이는 연준이 2년 이상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낮다는 것을 말해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당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여기엔 고용사정 개선과 2%를 완만하게 넘어서는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때까지라는 전제가 붙었다. 즉, 당초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선이 무너져도 당분간은 인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AIT 도입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서더라도 일정 기간의 평균치가 그에 못 미친다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그 같은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올해의 미국 물가상승률이 2.4%까지 올라갈 것이라 전망했다. 내년엔 그 수치가 다시 2% 안팎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날 연준이 내놓은 또 하나 중요한 메시지는 자산 매입을 지금처럼 계속해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연준은 현재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이중 800억 달러는 국채 매입에, 400억 달러는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등에 쓰이고 있다. 연준이 매달 그 정도의 달러를 시중에 풀고 있다는 의미다.

그간 시장에서는 연준이 조만간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식(테이퍼링)으로 출구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우려가 퍼져 있었다. 연준의 자산매입 지속 약속은 그 같은 우려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아직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만약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경우 시장에서는 채권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이는 채권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시장에서는 채권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이 확대돼가고 있었다. 이는 인플레 압력 강화로 인식됐고, 나아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완화적 정책을 서서히 철회할 것이란 우려로 이어졌었다.

하지만 연준의 이번 발표로 시장의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게 됐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한편 연준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예측치보다 2.3%포인트나 높은 6.5%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도 종전보다 0.1%포인트 올린 3.3%로 제시했다.

뉴욕증시에서 보았듯이 연준의 FOMC 회의 결과 발표로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회의 결과가 예상 범위 내에서 나온 만큼 시장 상황이 특별히 개선될 계기가 마련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국은행의 입장도 조심스럽다. 한은은 미 FOMC 회의결과가 발표된 직후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은은 여전히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런 판단 하에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신속히 변화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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