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요즘 주식시장의 대표 키워드는 미국의 국채금리다. 특히 시장금리 흐름의 잣대로 삼는 10년물 국채금리 동향에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한 직후만 해도 채권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드는 듯했다. 파월 의장이 완화적 기조의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한데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곧 뒤바뀌고 말았다. 파월 의장의 시장 달래기 발언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과 시장금리 인상 조짐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과 함께 기존 물가목표가 일시적으로 초과되는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인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 AP/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 AP/연합뉴스]

하지만 FOMC 회의 결과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면밀히 분석한 시장은 곧 불안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이 올해 물가상승률을 2.4%로 전망했다는 점,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에 일부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 등이 그 원인이었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완화조치의 종료 선언이었다. SLR 완화 조치는 대형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국채를 매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취해졌었다. 하지만 연준이 이 조치를 예정대로 다음 달부터 종료하기로 하자 시장은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시장은 연준의 이번 결정에 따라 대형은행들이 다음 달부터 국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리를 나타내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되면 시중 유동성이 그만큼 줄어들면서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지난 19일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1.75%를 찍었다.

국채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승에 따라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과 맞물려 있다. 실제로 지난 주 연준이 발표한 점도표에서는 내년과 내후년 중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위원들의 수가 각각 증가했다. 내후년 증가를 예상한 이는 전체 18명 중 7명에 이르렀다. 전망의 큰 흐름은 내후년까지 동결이지만 금리 상승을 예상하는 위원수도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시장금리 상승을 억제할 만한 조치를 확실히 제시하지 않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재확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우려는 연준이 올해 하반기 중 긴축에 나서는 것 아닌가 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미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 2.4%와 성장률 전망치 6.5% 등도 그 같은 우려의 배경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국내외 증시는 당분간 미국의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일희일비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열쇠를 쥐고 있는 이는 역시나 파월 의장이다. 이번 주에도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라 미 국채금리가 움직이고, 그 여파로 증시 흐름에도 그때그때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많은 듯하다.

더구나 이번 주엔 파월 의장이 이전보다 자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파월 의장은 22일 국제결제은행(BIS) 서밋 행사에서 토론에 나선 뒤 다음날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함께 하원 증언대에 선다. 이어 24일엔 상원에서 발언을 이어간다.

향후 증시 흐름에 영향을 줄 또 다른 주요 변수는 26일 발표될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다. PCE 지수는 연준이 물가상승률 목표치 달성 여부를 따질 때 기준으로 삼는 지수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이는 미국인 개개인이 지난 한 달 동안 얼마나 소비지출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파월 의장이 단기적 물가흐름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PCE 지수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 논란과 무관치 않은 요소다. 그런 만큼 시장이 눈여겨보아야 할 요소라 할 수 있다.

월가의 대체적 시각은 2월 PCE 지수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월 미국의 근원 PCE 지수가 전년 대비 1.5%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22일 코스피 지수는 종일 등락을 거듭하다 전장보다 4.07포인트(-0.13%) 내려간 3035.46에 머무른 채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나란히 순매도를 기록한 가운데 개인만이 그에 상응하는 순매수(5799억원)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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