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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우리 생각엔…] 전기요금 현실화, 현 정권 임기내에 許하라
[Editorial-우리 생각엔…] 전기요금 현실화, 현 정권 임기내에 許하라
  • 박해옥
  • 승인 2021.03.26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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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전기요금이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정황상 오를 줄 알았던 전기요금이 뜻하지 않게 동결된 것이다. 사안 자체만 놓고 보면 모두가 힘든 시기에 날아든 낭보라 할 수 있다. 보통 가정을 기준으로 삼을 때 기천원 단위의 혜택일망정 요즘처럼 힘든 시기엔 고맙게 받아들여질 만한 일이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곧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올라야 할 요금의 인위적 동결은 그만큼 상승압박이 누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밀린 빚을 갚듯 한꺼번에 늘어난 요금을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전기료 동결은 한국전력의 자발적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한전 역시 굳이 그런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한전은 지난 22일 전기료 동결을 발표하면서 “정부로부터 유보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정부가 어린애 팔 비틀 듯 한전을 압박한 결과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형식논리상 정부의 결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올해부터 적용키로 한 ‘연료비 연동제’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연동제의 기본정신에 반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규정을 무시한 행위는 아니었다.

연료비 연동제는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있는 ‘연료비조정요금 운영지침’에 근거를 둔 제도다. 지침에 따르면 산업자원부 장관은 전기료 조정단가 적용을 일시 유보할 수 있다. 일종의 유보 조항을 마련해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산업부는 한전의 전기료 인상 요청을 수용할지 말지 결정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전기료 동결 조치도 이 유보조항을 근거로 이뤄졌다. 그 명분 또한 ‘국민 생활 안정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라는 지침의 취지에 부합한다.

요금 동결 명분을 보강해줄 정부 나름의 설명도 있었다. 정부는 1분기에 발생한 미세조정액을 활용해 2분기 전기료 인상요인을 일부 상쇄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공공물가 자극 우려까지 고려해 전기료 동결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기료 동결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전문가나 다수 시민들의 판단이다. 새달 초 치러질 서울 및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해 정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당장 혜택을 보는 일반 수용가들도 이 점을 알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현재 우리의 전기요금이 인상돼야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전 사장의 입에서 두부(전기)가 콩(전기 생산용 에너지)보다 싸다는 푸념까지 나온 마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수용하게 되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기료 동결은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포퓰리즘 행정이라 할 수 있다.

전기료의 적정성 논란은 문재인 정부가 취임과 동시에 탈(脫)원전 정책을 전격 실시하면서 본격화됐다. 값싸고 청정한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급속히 대체한 것이 논란을 키웠다.

논리로 따지자면, 전기요금은 진작에 올렸어야 했다. 현 정부 취임 이후부터 한전의 영업실적이 현저히 나빠진 점이 그 배경을 이룬다. 한전의 영업실적 악화는 구구한 설명조차 필요 없을 만큼 자명한 사실이다. 예의 두부와 콩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전은 지난해를 빼고는 매년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 정부의 무모한 에너지 정책 탓이다. 합리적 대안도 없이 ‘닥치고 탈원전’을 밀어붙인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청정 에너지 사용을 늘린다며 비교적 값싼 에너지원인 석탄을 점진적으로 배제한 것도 전기 생산원가를 올리는데 일조했다. 더구나 전기 생산원가는 원자력과 석탄의 공백이 커질수록 더욱 올라가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료는 정치적 이유로 제 때 올려 받지 못하니 한전의 경영건전성만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전은 어디까지나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다. 공기업이란 이유로 정부가 경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 곳이다. 공익 추구를 기본이념으로 삼는다 할지라도 그렇다. 주주들의 의사와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섣불리 해서는 안 되는 입장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시장원리를 함부로 무시했다간 배임 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 시대를 맞아 한전이 외국인에게까지 투자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거듭 강조해 왔거니와 전기료 인상 원인을 주로 제공한 것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다. 정책을 정하고 밀어붙일 때는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함께 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도 탈원전 정책이 옳다고 믿는다면 정부는 당당히 그 사실을 재천명하면서 국민들에게 전기료 인상을 감내해달라고 호소해야 할 것이다. 올라가는 전기료가 미래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투자라는 것을 소신껏 설파하라는 얘기다.

정치도의로 보나 한전 사정으로 보나 전기요금 현실화는 차기 정권으로 미룰 일이 아니다. 정치적 손실이 따르더라도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전에 현실에 맞게 단행하는 것이 당당하고 솔직한 일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