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2차전지 시장의 라이벌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거액을 쏟아가며 로비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블룸버그 통신은 두 회사가 미국의 전직 관료 등을 대거 동원해 미 행정부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 간 배터리 분쟁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 ITC는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와 부품에 대해서는 10년간 미국 내 수입을 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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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결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의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ITC의 결정은 효력을 잃게 된다. 이 점이 두 회사 간 행정부 상대 로비전의 이유가 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그 반대 결정을 얻어내기 위해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는 두 회사가 행정부 상대 로비전을 위해 미국의 전직 관료 등을 대거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캐럴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청(EPA) 장관과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으로부터,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부 장관 출신의 어니스트 모니즈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로비전을 펼치기 위해 그간 1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그동안 쓴 로비 비용이 각각 65만 달러, 53만여 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로비가 법적으로 인정된다.

두 회사의 로비전 와중에 미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급속히 커지고 있는데다 두 회사 모두 미국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로서는 특히 이들 회사가 미국 내에서 창출할 고용 효과 등을 쉽게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따르는 명분 상실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등의 준수를 촉구하는 마당에 비슷한 성격의 사건을 정 반대의 입장에서 다루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란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ITC 결정에 대해 오는 11일까지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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