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가상화폐의 대명사 격인 비트코인의 진짜 가치는 얼마나 되는 걸까? 이를 두고 국제사회가 장기간 논쟁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치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려 있는 탓에 누구도 그 값을 섣불리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갈수록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비트코인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14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에서는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뉴욕증시 진입에 성공했다. 이날 나스닥에 상장된 코인베이스 주식은 주당 328.28달러에 첫날 거래를 마감했다. ‘따상’(기준가의 두 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당일 상한가를 기록함) 수준의 화려함은 연출하지 못했지만 코인베이스 주가는 장중 430달러를 넘보았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코인베이스의 뉴욕증시 안착은 가상화폐 거래 역사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 관계자들이나 투자자들은 이번 일을 가상화폐가 세계의 금융 중심에 주류로서 당당히 진입한 상징적 사건이라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도 코인베이스의 뉴욕증시 진입은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온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인베이스의 뉴욕증시 진입을 하루 앞두고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8100만원 선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기록을 다시 쓴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15일 오후 3시 현재 그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8000만원 선을 넘보는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가치를 두고는 여전히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아예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개당 수십만 달러까지 값이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 중에서는 최근 흐름을 들어 전망치를 전보다 더 끌어올리려는 이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안에 개당 가격이 1억원에 이르고, 2~3년 안에 3억원까지 간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일단 대체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류 화폐처럼 일상 속 거래 수단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이미 대체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논점이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지로 모아질 경우 의견 대립은 더욱 치열해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을 경우 투자자들의 낭패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대체자산으로 보는 사람 중 일부는 금과 은을 통해 그 가치를 측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은이나 금의 시가총액 규모가 곧 가상화폐의 가치총량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그들 일부의 논리를 빌리자면 가상화폐의 가치총량은 현재 은의 시가총액인 1조 달러(약 1117조6000억원)란 평가가 가능해진다. 금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삼으면 가상화폐의 가치총량은 더 커지게 된다.

가상화폐의 가치 상승에 불은 붙인 사람 중 대표적 인물로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꼽힌다. 그의 의지에 따라 테슬라는 지난 2월 비트코인 15억 달러(약 1조6800억원)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뒤 지난달부터 이를 실행에 옮겼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고객들에게 암호화폐 투자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분위기를 띄웠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이끄는 동안에도 반론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다. 부정적 입장을 앞장서서 밝히는 이로는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 출신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꼽을 수 있다. 옐런 장관은 지난 2월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 자산”이라고 단언하면서 비트코인 취급 기관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기본적으로 아무 가치가 없고,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비둘기파로 분류돼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조차 작심한 듯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일에 맞춰 가상화폐 비판에 나섰다. CN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코인베이스 상장 당일 워싱턴DC 경제클럽과의 원격 인터뷰를 통해 “가상화폐는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며 “결제수단으로서 활발히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도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는 잔칫날 재를 뿌렸다고 할 수 있는 언행이었다.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대화에 나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가상화폐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시각을 재확인했다. 이미 가상화폐에 대해 “내재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는 이 총재는 이날도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암호화폐가 지급 수단으로 쓰이기엔 제약이 너무 많다는 게 부정적 평가의 이유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날은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금융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시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가 과도하게 일어나면 투자자에게 주어진 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고, 그 결과 금융 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처럼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을 이루는 것이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다. 가상화폐 가치에 거품이 끼어 있고,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우려가 사방에서 제기된다 해도 투자할 곳을 찾아 헤매는 돈이 넘쳐나는 한 상황이 단번에 바뀌긴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코인베이스가 뉴욕증시에 진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니 가상화폐 거품론이나 무용론은 더욱 힘을 잃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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