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체감 세금 부담이 전 소득계층에 걸쳐 버겁게 느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 모두 현재 부담하고 있는 세금이 너무 무겁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소득 계층별로 느끼는 부담의 정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부담 강도는 고소득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 국민 다수는 또 지금의 조세제도가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의 조세 제도가 특정 계층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이 그 같은 인식의 주된 이유였다.

이 같은 국민들의 인식은 보수적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세부담 국민 인식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21일 한경연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65%는 소득에 비해 조세부담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32.4%는 ‘매우 높음’, 32.6%는 ‘다소 높음’이란 인식을 드러냈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은 22.5%에 그쳤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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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담이 가장 크다고 느끼는 세목으로는 취득세 및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지목됐다. 이를 지목한 응답률은 28.9%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근로 및 사업소득세(28.6%), 4대 보험을 포함한 각종 부담금(24.2%) 등이 꼽혔다.

최근 5년간의 조세 부담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4.6%가 체감하는 부담이 커졌다고 응답했다. 부담 증가가 가장 심한 것으로 생각되는 세목으로는 취득세 및 재산세, 종부세가 지목됐다. 이들 세목을 지목한 비율이 32.0%나 됐다. 그 다음으로 많이 지목된 것은 각종 부담금(25.2%)과 근로 및 사업소득세(22.7%) 등이었다.

최근 5년간의 조세부담 증가 정도를 심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문재인 정부의 증세기조와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이래 법인세와 소득세, 재산세 등 주요 세금의 세율을 상향조정했다. 재산세의 경우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명분 아래 세율 자체를 조정한데 더해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공시가격 적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함께 손질했다. 이로써 국민들의 체감 세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었다.

조세재정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산세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7배에 이른다. 2019 회계연도 기준으로 한국의 재산과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3%였다. OECD 평균치 1.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산과세는 주택 재산세와 자동차세, 상속 및 증여세, 증권거래세, 종부세 등을 망라한 개념이다.

법인세와 소득세도 현 정부 들어 각각 한 차례와 두 차례 인상돼 최고세율이 크게 높아졌다. 최고세율 기준으로 법인세는 25%(지방세 포함 27.5%), 소득세는 45%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급등도 조세부담 증가를 체감하게 한 주 요인이 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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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대비 체감 조세부담이 높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고소득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소득 분위별 ‘세부담 높음’ 응답률은 1분위(소득 하위 20%) 53.9%, 2분위 71.5%, 3분위 71.5%, 4분위 75.2%, 5분위 74.4% 등이었다. 체감치로 치면 고소득층이 오히려 세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고소득자 근로소득의 경우 최고 세율이 50%에 육박하고,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가 최근 2~3년 사이 몇 백%씩 오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세제도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불만을 반영하듯 현 조세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이의 비율은 74.7%를 기록했다. 불공정하다는 인식의 주된 이유는 특정 계층에 대한 유·불리(38.9%)였다. 소득 유형에 따른 세부담 차이(23.8%), 납부한 세금 대비 복지혜택 부족(23.2%) 등이 그 뒤를 잇는 이유였다.

제도에 대한 소득계층별 불만족 정도는 중간층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위소득자를 포함하는 3분위 계층에서는 83.9%가 현재의 조세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증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4.6%가 반대의 뜻을 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5~6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26명에게 설문지를 통해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묻는 방식을 취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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