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9일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이틀간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이었다. 이로써 미국은 사실상의 제로금리 상태(0.00~0.25%)를 한동안 더 유지하게 됐다.

금리동결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정작 관심을 끈 것은 FOMC 회의 이후 발표되는 정책성명 내용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이었다. 시장의 관심은 여기에서 새롭거나 미세하게나마 변화된 연준의 입장이 발견될 수 있을지에 모아져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연준과 파월 의장은 여전히 시장을 배려하는 차원의 비둘기적 스탠스를 유지했다. 큰 틀에선 그랬다. 하지만 이날 성명 및 기자회견 발언에선 유의미한 미세 변화들이 발견됐다. 두루뭉수리한 표현 방식을 썼지만 신중히 음미할 만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는 뜻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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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이었다. 이날 연준은 성명을 통해 “위험성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성명서에서 “상당한 위험”(considerable risks)이 있다고 밝힌 것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번에는 ‘상당하진 않지만 위험이 남아 있다’란 취지를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위험성’ 앞에 특별한 수사가 없었던 데다, 그 위험성도 잔존해 있는 정도라는 의미로 해석될 만했다.

물가상승에 대해 언급하면서 “2%를 적절히 넘어서는 궤도에 오를 때까지”란 표현을 쓴 데서도 묘한 메시지가 감지된다. 이는 미국의 물가가 이미 목표 시점에 도달해 있음을 전제로 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이 관성적 궤도를 이루며 이어진다면 정책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일단 현재의 물가 상승 흐름이 일시적 요인을 반영한 결과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경제활동 및 고용지표가 강화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장 악영향을 받는 분야는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라는 분석을 제시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완화적 입장에 다소나마 변경을 가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나온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그는 물가상승률 달성 시점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곧 물가상승률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파월 의장은 그 같은 진단을 토대로 아직은 테이퍼링(연준의 자산매입 축소)을 논할 시점이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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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발언들을 토대로 연준이 조만간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장 테이퍼링을 실행하지는 않겠지만 그에 대한 논의는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장차의 논의 진행 여부는 의사록을 통해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날 일부 자산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몇몇 자산은 가격이 높다”라며 “자본시장에 약간의 거품이 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탓인지 연준이 전반적으로 온건한 메시지를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새벽 마감한 뉴욕증시에서는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전장에 비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28%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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