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제시했다. 지난 13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서였다. 지난해 11월 전망치에 비하면 0.7%포인트나 높아졌다. 반년여 만에 상황이 호전돼 전망치가 크게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정부의 정책의지에 비춰보면 KDI의 새로운 전망치는 다소 인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요즘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정점에 선 이가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연설을 통해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성장률 제고를 위해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드러났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 이상의 성장 달성을 위해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통령과 경제사령탑이 부창부수하듯 ’4% 이상 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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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래 성장률 수치에 특별히 집착하는 모습을 내보이지는 않았었다. 정부·여당 내 담론도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더 치우쳐 있었다. 그래왔던 문재인 정부가 얼마 안 남은 임기에서 비롯된 조급함 탓인지 성장률 수치에 큰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KDI의 보고서 내용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간 KDI가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정책의지를 반영한 경제전망을 심심찮게 발표해온 점에 비추어 보자면 더더욱 그렇다.

심지어 KDI가 제시한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4.1%)이나 LG경제연구원(4.0%) 등의 성장률 전망치보다도 낮다. 해외 민간 금융기관인 JP모건이 예상하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4.6%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DI가 정부에 대해 경고를 날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의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으니 보다 냉정히 상황을 관리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KDI 보고서를 살펴보면 3.8%라는 수치도 고심 끝에 보수적으로 추출해낸 결과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KDI 보고서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부분에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빠르게 회복된 반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의 내수 부문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전망의 위협 요인’ 설명을 통해서는 새로운 성장률 전망치가 지금처럼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제어되면서 낮은 단계의 방역조치가 이뤄지는 상황을 전제해 산출됐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라 우리 경제는 강하게 반등할 수도, 미약한 회복세에 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개 추이에 따라 성장률이 3.8%를 넘길 수도, 그에 못 미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전망의 전제로는 일정 수준의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도 거론됐다. 3.8% 전망치마저도 그리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재삼재사 강조한 셈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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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또 우리 경제가 2022년에도 기존 성장경로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와 내년 전망치(3.0%)를 반영한 2020~2022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9%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시한 전망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경제 관료들로서는 비상사태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치의 실현 가능성을 논하기에 앞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성장률을 높이는데 치중하는 것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목표가 현실적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기도 전에 정책목표를 수정하는 무리수가 동원될 개연성도 있다.

KDI의 보고서는 그 같은 무리수에 대한 경고이자 보다 냉정한 현실 진단을 위한 조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관리에 소홀했다가는 3.8%의 성장률마저 불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의 차분하고도 정확한 현실 진단과 목표 설정, 그에 맞는 정책 추진, 그리고 제반 위기요인 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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