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분배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의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배율은 6.30이었다. 이는 5분위(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1분위(하위 20%) 가구 평균소득의 6.3배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집계는 통계청이 새롭게 바뀐 조사 방식을 적용해 얻은 결과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부터 가계동향 조사 대상을 기존의 2인 이상 가구(농어가 제외)에서 1인 이상 가구(농어가 포함)로 변경했다. 시대 변화에 맞춰 통계대상의 대표성과 확장성을 제고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에 따라 소득분배 지표 작성시 이전수입과 이전지출을 함께 반영한 것도 변화된 조사 방식 중 하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통계청은 이번처럼 새로운 조사기준이 적용되면 기존 방식에 의한 조사 때보다 소득 5분위배율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분배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1분기 중의 5분위배율은 기존 방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조사방식을 적용할 경우 1분기의 5분위배율은 5.20으로 집계된다.

새로운 방식과 기존 방식의 조사를 병행한 결과 5분위 배율은 전년 동기 대비로 각각 0.59포인트, 0.41포인트 하락했다.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분배지표가 1년 전보다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하락폭만 놓고 보자면 새로운 조사방식에 의해 산출된 결과가 더 긍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계동향 조사 발표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1분기의 5분위배율이 0.59포인트 하락했음을 소개하면서 “소득분배 상황이 크게 개선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것이다. 옛 조사방식에 의해 나타난 하락폭(0.41포인트) 대신 더 큰 하락폭을 나타낸 새 조사방식의 결과물을 소개하며 자랑을 늘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새 조사방식에 의해 추출된 분배지표 자체는 6을 훌쩍 넘겼을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경제사령탑이 이 정도 분배지표를 놓고 자화자찬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럽다. 통계청이 조사 방식 변경으로 인해 배율이 늘어난 점을 우려한 것과 대조적이다.

소득분배 상황이 다소 개선됐음을 강조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의 반응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비교 시점이 코로나19가 우리사회를 막 강타했던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배지표의 이 정도 개선은 기저효과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 4분기의 경우 기존의 조사방식을 적용할 경우 분배지표가 1년 전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나온다. 5분위배율이 1년 사이 4.80에서 4.81로 악화된 것이다.

1분기 가계동향 자료는 분배지표뿐 아니라 가구당 평균소득이 1년 전보다 실질적으로 줄어들었음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전 방식에 의한 조사 결과 평균소득은 0.7% 감소했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도 같은 비율만큼 줄어들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가구의 소득 구성도 실망스럽다. 1분기의 가구당 근로소득 평균치는 277만8000원이었다.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감소폭이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이전 방식 집계로 하면 감소율은 3.5%로 더 늘어난다.

사업소득과 재산소득 역시 1년 전에 비해 각각 1.6%, 14.4% 줄어들었다. 가구당 평균 사업소득은 76만7000원, 재산소득은 3만3000원이었다. 반면 이전소득은 72만3000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16.5% 증가했다. 자력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줄어든 대신 공적·사적 지원에 의한 소득만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소득 1분위로 한정해서 보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1분위 가구의 전체소득(월평균) 91만원 중 땀 흘려 번 돈인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액수는 17만1000원에 불과했다. 이들 가구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8만7000원) 부족을 주로 메워준 것은 정부지원에 의한 공적이전소득(43만6000원)이었다. 1분기 중 1분위 가구의 공적이전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23.1%나 됐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크게 반영된 결과이긴 하지만 늘어야 할 근로소득은 줄고 최대한 줄여야 할 국가재정 의존 수입은 급증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경제환경이 어렵다고는 해도 이 정도 상황이면 경제사령탑은 책임을 통감하면서 심기일전하려는 자세를 갖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락 없이 특정 수치만 돌출시켜 자화자찬을 일삼고 있으니 국민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듯한 이런 자세는 보는 이들의 짜증만 돋울 뿐이다. 이런 일이 한 두 번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경제사령탑이 난국을 난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경제사령탑의 자중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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