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7일 새벽(한국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준이 기준금리(0.00~0.25%) 동결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세계 금융시장은 한차례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조만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마감하고 긴축 조치를 취하기 시작할 것이란 우려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 구체적 우려 사항은 테이퍼링 실시와 기준금리 인상 등이다.

테이퍼링이란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통해 행하는 시중 유동성 공급의 점진적 축소를 지칭한다. 미국은 현재 달마다 최소 1200억 달러(약 135조원)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달러화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양적완화 정책의 대표적 수단으로 꼽힌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내려가 추가적 금리인하 조치가 무의미한 단계에 이르렀을 때 중앙은행이 쓰는 카드가 곧 양적완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테이퍼링 다음 단계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세계 중앙은행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글로벌 금리인상이 도미노 현상처럼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각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실제로 FOMC 회의가 끝나고 연준이 논의 결과를 발표하자 뉴욕증시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발표 당일 뉴욕증시에서는 주요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77%,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0.54%, 나스닥지수는 0.24% 하락했다. 이와 함께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논의할지 여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실토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 것이 그 이유였다.

이날 연준이 발표한 성명에는 테이퍼링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연준 내부에서 곧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시사점은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그의 말을 통해 드러났다. 무척 조심스러웠지만 이번 모임에서 테이퍼링을 회의 안건으로 삼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실토한 셈이다.

이 발언은 심각한 혼돈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시장에 보낸 희미한 메시지였다. 파월 의장 본인도 자신의 발언이 의미 있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길 희망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을 변경할 땐 시간을 두고 미리미리 시장에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연준은 이날 여러 가지 면에서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표적인 것이 향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PCE) 전망치의 상향조정이었다. 연준이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기존 2.4%에서 3.4%로 바뀌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5%에서 7%로 상향조정됐다. 불과 3개월 만에 나타난 변화 치고는 그 정도가 제법 크다 할 수 있다. 이들 지표들에 대한 전망치의 상향조정은 통화정책 방향의 변경 필요성을 대변해주고 있다.

연준이 지난번 성명에 담겼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엄청난 인적·경제적 어려움”이란 표현을 이번에 삭제한 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이 역시 완화적 통화정책 필요성의 약화 분위기를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6월 점도표. [이미지 = 연준 홈페이지 캡처]
연준의 6월 점도표. [이미지 = 연준 홈페이지 캡처]

FOMC 회의 이후 시장을 동요시킨 또 하나 주요인은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 18명 각자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다. 위원 각자가 도표 상에 자신의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다 해서 점도표(Dot Plot)란 이름이 붙었다. 매 분기마다 한 번씩 발표되는 점도표 또한 시장에 금리 변동 가능성을 예고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점도표는 3개월 전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점도표에서는 위원 13명이 2023년 중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중 11명은 그 해 금리 인상이 두 차례 이상 이뤄질 것으로 보았다. 특히 2명의 위원은 연준이 내후년에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여섯 차례 올려 금리가 1.50~1.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당해연도 기준금리가 하단 기준 1.00% 이상이 될 것이라 전망한 이도 5명이나 됐다.

반면 2023년까지도 지금의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전망한 위원은 5명에 불과했다.

내년에 금리가 한차례 이상 인상될 것이라 전망한 위원도 7명이나 나왔다. 이중 5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2명은 1.00%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지난 3월 회의 직후 발표된 연준의 점도표에서는 2023년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친 위원 수가 7명으로 표시돼 있었다.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은 그보다 적은 4명이었다. 3월과 6월 점도표 내용의 차이는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 3개월 새 많이 달라져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점도표에 나타난 경로대로 기준금리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파월 의장도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한 듯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위원들의 전망치는 경제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위대한 예측지표는 없다”며 “점들을 곧이곧대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번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예상 외로 통화긴축 쪽으로의 방향 전환에 대한 연준의 의지가 강했다는 점을 말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진단한 뒤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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