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법에 위배가 되기도 하고, 재하도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지난 9일 발생한 광주광역시 재개발 구역의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대해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사진)가 한 말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권순호 대표는 이래저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상을 알고 있었다면 거짓말을 한 것이고, 그 반대였다면 무능하다는 평을 들을 수밖에 없다. 쏟아지는 비난 탓인지 권순호 대표는 참사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시행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 건물 철거공사에서는 재하도급이 진행됐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문수사관 등을 지원받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지난 15일 경찰은 광주시청과 동구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 [사진 = 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 캡처]
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 [사진 = 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 캡처]

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가 발생한 건축물의 해체를 한솔기업에 맡겼다. 그런데 한솔기업은 광주지역 업체인 백솔건설에 재하도급 형태로 실제 공사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재하도급은 이미 공사를 담당한 업체가 다른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행위로 원청업체의 승인이 없는 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에 해당한다. 현장 작업자에 대한 관리 소홀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무자격업체가 동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알면서도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다. 백솔건설 측은 경찰 조사에서 “현대산업개발 측 관계자가 분진 민원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과도한 살수를 지시해 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토사층이 무너지면서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20명 이상을 조사했고 이 중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 감리회사 관계자 등 1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수원아이파크시티 2단지 아파트 입주민에게 30억원이 넘는 부실 시공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지난달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이병삼)는 하자 보수 미이행 혐의로 기소된 현대산업개발 측에 33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2년 1월에 입주한 수원아이파크시티 2단지의 분양사 겸 시공사다. 건축 당시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하지 않고 부실시공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아파트의 외벽·지붕·옥탑층 건식 균열, 지하주차장 바닥 균열, 엘리베이터 지하층 결로 등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017년 1월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대부분의 하자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의 잘못을 인정했다.

입주민들은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현대산업개발을 추가 고소한다. 현대산업개발이 분양 당시 광고했던 각종 생활 기반시설을 10년 넘게 조성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사업시행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용도변경으로 발생하는 이익금으로 수영장과 체육관을 지어 기부채납하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사기분양’이라며 애초 계획됐던 편의시설을 지으라고 맞서고 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