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물가의 흐름이 심상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생활물가의 큰 폭 상승으로 인해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생산자물가지수가 크게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자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생산 주체인 기업 상호간에 거래되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 상황을 반영한 결과치다. 따라서 추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생산자물가지수는 물가 흐름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5월 생산자물가는 지난달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로는 6.4% 상승했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8.50(2015년을 100으로 잡음)을 기록했다. 전달의 지수는 108.06으로 집계됐었다. 전달 대비 상승세는 7개월째를 기록 중이다. 이는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인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5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산이 위축됐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그 폭이 비교적 크다는 게 문제다. 1년 전 대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하기는 2011년 8월(6.9%)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에 의한 기저효과가 작용하지 않은 전월 대비 상승률이 0.4%를 기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더구나 직전 두 달 동안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연이어 1%대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생산자물가가 여러 달째 고공행진을 이어갔음을 알 수 있다. 3월과 4월의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각각 1.1%, 1.0%였다.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높이는데 주로 영향을 미친 것은 공산품이었다. 5월 공산품 물가는 전달보다 1.0% 상승했다. 공산물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유가와 원자재였다. 석탄 및 석유 제품이 4.4%, 1차 금속제품은 1.6%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전달보다 1.2% 하락해 공산품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인한 생산자물가 상승을 일정 부분 상쇄해주었다. 특히 농산물 물가는 3.6%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겨울 내내 농산물 중심의 농림수산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것에서 비롯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 물가도 전달보다 1.0% 낮아졌다.
세부 품목별 상승률은 양파 -40.3%, 파 -32.3%, 냉동채소 -15.9% 등이었다. 농산물 외 경유(6.5%), 나프타(5.8%), 휴대용연료(11.7%), 구리 1차정련품(7.3%), 노트북용LCD(6.7%), 호텔(2.7%), 국내항공여객(9.5%), 주거용부동산관리(0.7%) 물가 등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배제함으로써 계절적 요인에 의한 변동성을 배제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109.10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0.5%, 전년 대비로는 6.1% 상승한 값이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2011년 6월의 6.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공급물가지수 또한 전달보다 0.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8.4%를 기록했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국내 출하와 수입에 의해 국내에 공급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 상황을 보여주는 지수다. 생산단계별로 원재료와 중간재, 최종재의 가격 변동을 점검한 뒤 총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집계가 이뤄진다. 국내공급물가의 총지수 상승은 원재료(0.5%)와 중간재(0.6%) 물가 상승에 주로 기인했다.
국내 출하에 수출을 더해 집계한 총산출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8%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이 지수의 상승률은 7.5%였다. 이 지수 상승은 공산품이 주도했다. 공산품은 국내 출하와 수출이 모두 올라가며 전월 대비 1.3%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수출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하 물가가 내려가는 바람에 전달보다 1.2% 하락했다.
생산자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준형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 과장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 등으로 미뤄볼 때 6월 생산자물가지수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