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사태가 다시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동안 500~600명대를 유지해오던 감염자 수가 이틀 연속 700명대로 올라서더니 급기야 800명선마저 넘어섰다. 2일 0시 기준 감염자 수는 82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3차 대유행 당시이던 지난해 말 수준으로 상황이 다시 악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한 수치다. 코로나19 국내 감염자 수가 800명대를 기록하기는 3차 대유행이 끝나가던 지난 1월 7일(869명) 이후 처음이다.

지금의 확진자 급증 흐름은 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델타 변이의 세계적 확산세를 감안하면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명의 확진자는 6~8명 정도를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델타 변이의 전파력 크기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배 이상이라는 게 통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델타 변이는 이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70% 정도 강하다는 알파 변이를 제치고 코로나 팬데믹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국 등 우리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이 다시 감염병 소동에 휘말리고 있는 것도 모두 델타 변이 유행 탓이다.

델타 변이의 위력은 영국의 사례를 통해 제대로 입증되고 있다. 영국은 백신 접종 진도가 앞선 덕분에 1회 이상 접종자 비율이 90%에 육박해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일 확진자 수가 3만을 넘보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각) 기준 영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2만7989명을 기록했다. 더구나 증가 추이를 보면 이미 4차 대유행 초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감염병 재확산세는 영국 외에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등 유럽 주요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감염자 수 급증은 델타 변이 감염자 확산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신규 확진자 중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최근 일주일 만에 두 배 정도로 늘어난 것이 그 증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이 지난주 9~10%에서 이번주 20%로 늘어났다. 영국의 경우 그 비율이 98%나 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직 유럽국들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고, 활동성이 좋아 전파력이 상대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는 청장년층의 감염 비율이 높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정부는 감염병 사태의 세계적 흐름을 간과한 듯한 모습을 드러내 우려를 낳았다. 이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일부 완화하려다 시행 시작 몇 시간 전에 부랴부랴 계획을 바꾸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마저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거리두기 완화에 난색을 표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 일로 정부가 ‘상반기 중 1400만명 접종’ 목표의 초과 달성에 흥분해 냉정함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상당 부분 훼손했다는 비판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과정으로 보나 일의 결말로 보나 일리 있는 비판들이라 할 만하다. 우리의 1회 이상 접종자 비율은 영국의 3분의 1 수준인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의견을 묵살하고 청와대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시도하다 계획을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 배경에 임명 당시부터 논란을 빚은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있는 것 아닌가 싶어 특히 우려스럽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 중국인 입국 금지와 백신 조기 도입 등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그의 주장들은 개인적 소신 문제를 넘어 ‘코드 발언’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물의를 빚었다. 그의 청와대 입성은 야당의 ‘정치방역’ 주장에 힘을 보태주는 구실을 했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누적된 피로감을 고려해 속히 거리두기 완화책을 시행하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이 호전되면 언제든 관리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단, 그 같은 결정에서 정치적 계산만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방역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