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40원(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12일 심야에 결정된 최저임금안은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확정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날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고시를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위원회로부터 최저임금안을 제출받은 고용부는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그 내용을 심사한 뒤 재심의 요청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기류상 정부가 위원회에 재심의롤 요청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부겸 총리가 위원회 결정 직후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을 향해 “대승적 차원에서 위원회 결정을 수용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한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다. 김 총리는 지금이 코로나19로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양측의 협조를 당부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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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재심의 전례가 없다는 점도 이번 최저임금안의 최종 확정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회의 당시보다 비교적 순탄한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지난해와 달리 이번 회의 표결에는 공익위원 9명 외에 근로자위원 5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찬성 13표 기권 1표가 나왔다. 표결 참여 근로자위원들은 모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추천한 사람들이었다.

기권표가 1표로 집계됐지만 위원회는 공식 기권표를 10표로 발표했다. 퇴장한 사용자위원 9명이 표결을 선포한 시점에 자리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그들 모두가 기권한 것으로 간주한데 따른 결과다. 사용자위원 9명은 공익위원안을 두고 표결 처리가 이어지려 하자 그에 반발해 일제히 퇴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은 이들에 앞서 회의장을 떠났다. 이들은 표결에 아예 불참한 것으로 처리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최저임금안을 결정한 지난해 전원회의 때는 근로자위원 9명 모두가 퇴장한 가운데 표결이 이뤄졌었다. 당시 회의엔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7명이 참석해 표 대결을 벌였고 결과는 찬성 9표, 반대 7표로 나왔다. 사용자위원 2명과 한국노총 측 근로자위원 5명은 회의에 참석했다가 표결 직전 퇴장했고,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은 회의 참여를 아예 거부했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안 결정 과정에서 나타난 근로자위원 간 스탠스 차이는 표결 이후 반응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표결 직후인 13일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부족함이 있지만 위원회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을 두고 ‘(근로자에 대한) 기만’이라 반발하며 강력한 투쟁을 다짐했다. 민주노총은 불평등 및 양극화 해소를 거론하면서 “하반기 총파업 투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계도 이번 결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3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이 소상공인들의 지급능력을 초월했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 노동계와 공익위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이 정도 불만은 예견된 것이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제시한 금액은 각각 1만440원(인상률 19.7%)과 8740원(인상률 0.2%)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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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의견이 맞선 가운데 공익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5.1%로 제시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4.0%)에 물가상승률 평균치(1.8%)를 더한 뒤 여기서 취업자 증가율(0.7%)을 빼 5.1%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후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5.1% 늘어난 수치를 산출한 뒤 이를 내년도 최저임금안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보다 5.1% 증가한 금액은 정확히 계산하면 9164.72원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 결정은 10원 단위로 끊어서 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5.1% 인상된 금액 중 가장 가까운 10원 단위 액수는 9160원이다. 지난해 대비 440원 증가한 액수다.

거꾸로 9160원을 토대로 지난해 대비 인상률을 계산하면 5.046%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소수점 한 자리까지 남기는 조건으로 반올림(사사오입)하면 인상률은 5.0%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공식 인상률을 5.1%로 정리했다. 인상액이 아니라 인상률을 먼저 정한 뒤 그에 맞는 10단위 액수를 찾아서 최저임금안을 도출했다는 게 그 이유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임기내 최저임금 1만원 목표 달성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부 출범 직후 연 2년 동안 최저임금을 급속히 인상시킨데 대한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경제적 어려움 등이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 2020년 2.9%, 2021년 1.5%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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