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한국은행이 15일 통화정책을 다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회의는 올해 열린 이전의 네 차례 회의보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연이어 만장일치 금리동결이 이뤄졌던 이전과 달리 이번 회의에선 매파적(긴축 선호) 주장이 일부 제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이다.

이번 금통위 회의에 대한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얼마나 나올지다.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는 후순위 관심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물론 이번 회의에서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실제로 인상을 점치는 전문가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다만, 동결을 점치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같은 목소리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11명이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현재 0.5%인 기준금리가 최소 0.75%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 이가 열중 하나 정도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한 달 전만해도 금리 인상을 예상한 이는 2명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그 수가 늘었을 뿐 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의견은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은 이번에 모처럼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하고 연내 한 차례, 내년 초 한 차례 정도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15일 모임 이후 올해 남은 통화정책 회의는 세 개(8월과 10월, 11월)뿐이다.

기류변화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과 관련돼 있다. 이 총재는 우리가 선제적으로(미국보다 빨리)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심지어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금리를 한 두 번 올린다 해도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만간 금리를 0.5%가량 올릴 가능성을 흘렸다고 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주열 총재가 연임을 마치고 내년 3월 말 퇴임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그가 내년 1월이나 2월에 두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2014년 4월 김중수 총재의 후임으로 한은 총재에 오른 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지금까지 통화정책을 주도해오고 있다.

연초 두 번째 인상 시나리오대로 가려면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7명의 위원중 적어도 1명 이상이 소수의견을 내야 한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흐름이 이어져야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번에 소수의견이 나올지는 확실치 않다. 금통위 결정을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데다 최근 들어서는 돌발 변수까지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다. 감염병 사태가 악화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한은의 기존 전망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새롭게 열린 것이다. 감염병 사태가 예상보다 더 악화되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섣부른 금리 인상이 경기 상황 악화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 점도 한은으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야 늘 고용상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상황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청장년층 고용과 제조업 등 양질의 일자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등이 늘어나야 비로소 일자리 상황이 호전됐다고 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단순 통계수치는 나쁘지 않지만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단기 알바성 일자리가 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은이고 보면 섣불리 긴축 쪽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과도하게 부풀어진 자산가치와 늘어난 가계부채 등으로 금융불균형이 심해진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게 맞다는데 동의한다. 이주열 총재도 기준금리 인상을 통화정책의 ‘정상화’라 부를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은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단지 비정상이 워낙 장기화되다 보니 현 상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란 의미다. 그러나 정상화를 시도할 여건이 마련돼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은의 근본적인 고민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