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들어 자산에 끼인 거품의 붕괴 위험성을 경고하는 일이 잦아졌다. 거품이 끼여 있는 자산 중에서도 한은이 특히 눈여겨보는 것이 집값이다. 한은은 집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질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을 넘어 집값 급락이 몰고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을 향해 경각심을 전하려는 게 그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미 자산 버블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 요지는 현재 집값에 끼여 있는 거품이 일거에 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단, 그 같은 분석에는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 요인에 의해 충격을 받을 경우’라는 전제가 붙어 있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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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또 현재 집값의 하방리스크가 지난해 1분기 이후 더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신용 레버리지의 누적을 꼽았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주택 구입에 있어서 신용을 활용하는 정도가 과도해지면서 금융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자산가치 하락을 경고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기회 있을 때마다 흘리는 것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한은은 집값 하락 가능성 경고에 이어 하방리스크 현실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20일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 비대칭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집값 하락과 상승이 실물경제와 물가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고 있다. 대강의 결론을 말하면 집값 상승 때에 비해 하락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고서가 지적한 영향 중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소비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모형(DSGE : 동태·확률적 일반균형) 분석 결과 가계의 평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5%라 가정할 때 주택가격이 2년 이내에 20% 하락한다면 소비는 같은 기간 동안 최대 4%%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LTV가 40% 수준일 경우 소비 감소율은 최대 0.2%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의 실제 은행권 LTV는 평균 45% 수준이고 75% 초과 비중은 약 2%다. 따라서 지금 같은 LTV 수준이 유지되는 한 2년 내 주택 가격 20% 하락이 현실화되더라도 소비가 4%선까지 급감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보고서는 향후 있을지 모를 집값 급락 사태에 대비해 LTV 규제를 마구 풀어주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집값 급락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그 이유로 차입 제약을 지목했다. 디레버리지(차입 축소)에 의한 효과가 커짐에 따라 소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보고서는 주택가격 상승기엔 주택가격이 실물경기와 인플레이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중요한 포인트는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주택가격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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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 내용은 금융불균형 심화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조만간 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한은의 입장에 부합한다. 금리 인상 외엔 딱히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없다는 게 한은의 기본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입장을 반영한듯 이주열 총재는 최근 금통위 회의가 끝난 뒤 다시 한 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 차주들의 어려움 가중 등의 문제는 재정정책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분석에 의하면 국내 집값은 전국에 걸쳐 이달까지 22개월째 상승행진을 이어왔다. 이달 초 발표된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는 올해 상반기 중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 9.97%(수도권은 12.97%)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상승률은 지난 한 해 동안의 상승률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집값 상승 흐름이 단기간에 멈출 것이란 전망도 많지 않은 편이다. 정부와 한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집값 상승을 이끌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전문가들이 주로 꼽는 집값 상승 요인은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른 교통 호재,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나타나고 있는 규제 완화 기대, 고질적인 매물 부족현상 등이다.

또 하나 중요한 원인으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이 꼽힌다. 그 결과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엄포를 놓더라도 약발이 먹히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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