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우리 경제가 올해 2분기 중 0.7% 성장(전기 대비)을 이뤘다. 당초 한국은행이 상정한 성장 전망 경로에 부합하는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올해 4%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4분기 실질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0.7%였다. 한은이 발표하는 분기별 성장률은 전기 대비 방식으로 작성된다. 미국이 전기 대비 연율, 중국이 전년 동기 대비 방식으로 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는 것과 비교된다.

2분기 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방식으로 환산한 값은 5.9%다. 올해 1분기(전기 대비 성장률 1.7%)를 합친 상반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3.9%로 집계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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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은 채 한동안 부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1.3%, 2분기 -3.2%, 3분기 2.2%, 4분기 1.1% 등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 경제는 역성장(연간 성장률 -0.9%)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연속 상승행진은 한국은행의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 5월 당초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4.0%로 상향조정했다. 한은은 지금까지는 우리 경제가 예상된 성장 경로를 밟아왔다고 보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올해 4.0% 성장 목표에 도달하려면 남은 두 개 분기에 각각 0.7% 정도의 성장을 이뤄야 한다.

2분기 성장을 주도한 것은 내수였다. 그중에서도 민간소비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병 사태 와중에 민간소비가 의류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 및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 증가에 힘입어 규모를 키웠다는 것도 이채로웠다. 2분기 중 민간소비는 3.5%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9년 2분기의 3.6% 기록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성적이 1.2%였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이어진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보면 민간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장기간에 걸친 방역 관련 규제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화됐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거리두기 규제 속에서도 소비활동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소비가 3.9% 늘어난 점도 내수 회복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지금까지 나타난 최고치는 1987년 2분기의 4.2%였다. 소비에 비해 미미하지만 설비투자 역시 0.6% 증가해 내수 회복을 도왔다.

성장 기여도를 따지면 소비 기여도는 전분기의 0.8%포인트에서 2.3%포인트로 올라갔다. 이 중 민간소비 기여도가 1.6%포인트를 차지했다. 나머지 0.7%포인트는 정부지출 몫이었다.

2분기 성장에 대한 수출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자동차와 LCD(액정표시장치) 등이 부진을 보인 탓에 수출은 2.0%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 감소 속에 수입은 오히려 2.8% 늘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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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수출이 부진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수출 자체는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앞선 분기들에서 거둔 실적이 워낙 좋아 기저효과가 마이너스 작용을 한 것뿐이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의 -0.3%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악화됐다.

이를 종합하면 2분기 성장률은 소비에 의해 2.3%포인트 올라갔지만 순수출에 의해서 1.7%포인트 깎였다고 요약할 수 있다.

업종별 성장률은 서비스업이 1.9%를 기록했고, 그중에서도 운수업 성장(9.3%)이 두드려졌다. 건설업은 -1.4%, 제조업은 -1.2%, 전기가스수도업 -3.5%, 농림어업은 -13.6% 등을 기록했다. 2분기 서비스업 성장률은 2007년 1분기(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0.6% 감소했다. 이와 관련, 한은은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등의 수출품 가격이 올랐지만 원유 등 수입품 값이 더 크게 올라 교역조건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상반기 성장이 애초 전망치보다 높게 나왔다”며 “향후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 전개에 따라 성장경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확진자 수가 많이 늘었지만 학습효과 때문에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2분기 경제가 기관들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의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밝힌 뒤 “경기회복과 내수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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