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주 한국과 미국 증시는 고점 부담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실적도 공히 양호한 편이었지만 3분기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릴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 탓이다. 미국 증시에서는 지난 주 막판 대형 기술주 관련 회사들이 실적 발표를 끝내면서 상승 모멘텀이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 30일 뉴욕증시에서는 주요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래저래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분위기가 국내외 증시를 지배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주 금요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50포인트 남짓 빠진 3202.32로 한 주 거래를 마쳤다.
최근 국내외 증시가 가장 관심을 쏟는 큰 주제는 미국의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축소)이다. 해묵은 주제이지만 테이퍼링은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테이퍼링 시작 시점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국의 고용지표다. 장기간 이어진 물가 상승 흐름에 대해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거듭 인내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지표까지 강한 호조세를 보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테이퍼링에 나서기 전에 강한 고용보고서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된다면 정책 변화를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이로 인해 증시에서도 고용지표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가 전보다 강해졌다. 당장의 관심사는 4일(이하 현지시각) 발표될 7월 ADP고용보고서다. ADP보고서는 매월 첫째 주 금요일 공개되는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보다 이틀 앞서 발표된다. 민간 보고서이지만 신뢰를 확보하고 있고 정부보다 한 발 앞서 월별 고용동향을 전하는 만큼 시장의 주목도가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분석을 취합해 전망한 바에 따르면 7월 비농업부문의 고용 증가폭은 78만8000명이다. 전달의 증가폭은 85만명이었다. 만약 7월 고용 증가폭이 이 같은 전망을 넘어선다면 연준이 테이퍼링을 본격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기준점을 10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이 정도 또는 그 이상 수준의 신규 고용이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면 연준의 긴축 전환 시간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경우 증시에서는 다시 한 번 경계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고용이 지나치게 부진해도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어서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지금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과 국민들의 백신 기피 등으로 인해 일일 확진자수가 다시 10만을 넘어서고 있다. 감염병 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봉쇄조치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감염병 사태는 국내 증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의 확진자 증가세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감염병 재유행이 경제 회복에 결정적 장애가 되진 않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월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29.6%나 증가하며 월간 기록으로 역대 최고치(554억4000만 달러)를 달성했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가 나왔다. 이는 증시 변동성 축소에 대한 기대를 키울만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에 관심을 둘 기타 이슈로는 미국의 7월 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7월 마킷 서비스업 PMI 등이 거론된다. 두 지수는 2일과 4일 차례로 발표된다. 이들 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하반기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2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6.10포인트(0.50%) 높은 3218.42로 거래를 시작한 뒤 정오 직전 잠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다시 상승 전환했다. 이후 코스피는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갔고 결국 전장보다 20.72포인트(0.65%) 오른 3223.04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