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천옥현 기자] ‘ESG에 진심 담은 삼표.’

삼표그룹(회장 정도원)이 지난 8월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삼표는 당시 환경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뜻과 함께 ‘2050 탄소제로 로드맵’을 발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삼표그룹이 ESG경영을 강조한 시점 전과 후로 크고 작은 논란과 잡음이 불거지고 있어 ESG 행보가 꼬이는 형국이다. 삼표그룹 ESG경영의 겉과 속을 들여다봤다.

# E(환경), 삼표그룹의 탄소제로 선언

삼표그룹은 시멘트, 레미콘 등 건설 기초소재를 주로 취급하는 기업으로 국내 27개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이다. 자산 총액은 4조4000억원 규모다. 삼표그룹은 현대차그룹의 사돈가로도 알려져 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장인이다. 정 회장의 장녀 지선씨는 1995년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결혼했다.

지난 8월 발표한 삼표그룹 ESG 로드맵에는 탄소제로 달성을 위한 단계별 감축 목표와 사업별 세부방안, 투자계획 등이 담겼다. 삼표그룹은 우선 시멘트를 제조·운송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를 2030년 35% 감축하고, 2050년 이전에 100% 탄소제로를 달성한다는 단계적 목표를 수립했다. 1단계에서는 △친환경 연료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배출 원료 도입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감축한다. 시멘트 생산 연료인 유연탄을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으로 100% 대체하는 등의 구체적 실행방안도 준비했다. 2단계에서는 원료부터 운송에 이르는 사업 전반에서 친환경 중심의 공정 개선 및 저탄소 전환을 지속 추진한다.

삼표그룹은 1~2단계 감축목표를 조기 달성한다는 목표로 향후 5년간 약 2,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는 약 700억 원을 투입해 탄소 저감, 원료 대체 등을 위한 친환경 설비를 구축한다. 꼼꼼한 계획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로드맵은 탄소 감축 방안과 달성 시점을 구체화함으로써 선언적 수준이 아닌 강력한 실천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공존과 공생 가치를 추구할 때 더 큰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최고경영진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사진 = 삼표그룹 홈페이지 캡처]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사진 = 삼표그룹 홈페이지 캡처]

# S(사회적 책임), ‘2021 최악의 살인기업’ 불명예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특별감독으로 적발한 사측의 위법행위는 471건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어떻게 개선됐는지 알 수 없었다. 유일하게 알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은 삼표시멘트가 ‘죽음의 공장’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지난 5월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관계자가 삼표시멘트를 ‘2021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피해자 전원이 하도급 업체 소속이라며 기본적인 일들만 지켰더라면 죽음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삼표시멘트 자본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거기에는 삼표시멘트의 연이은 사망사고가 있는 까닭이다.

올해 3월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는 협력업체 노동자가 후진하는 굴삭기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공장에서 5월과 7월에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기계 끼임과 추락 사고였다. 그렇다면 최근의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까?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나이스경제와 전화 통화에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느낄 때 뚜렷하게 달라진 점은 없다”며 “특별근로감독이 나올 때나 그에 맞춰 진행했을 뿐. 실질적으로 안전가이드라인 등 작업 체계나 환경이 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보여주기 식이라는 의미다.

안전경영 부재가 비단 삼표시멘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9월 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에서는 용역 직원 1명이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노동자는 25톤 덤프트럭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삼표레미콘 성수공장은 1977년부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곳이다.

삼표그룹의 진정 어린 안전경영대책은 언제쯤 확인할 수 있을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진 = 삼표그룹 홈페이지 캡처]
[사진 = 삼표그룹 홈페이지 캡처]

# G(지배구조), 수상한 계열사 ‘에스피네이처’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삼표그룹에 직원 20여명을 파견해 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삼표시멘트 정대현 사장에 대한 편법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 사장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남으로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삼표그룹에서 덩치가 가장 큰 회사는 삼표시멘트지만 지주회사는 ㈜삼표다. ㈜삼표의 최대주주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으로 65.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 에스피네이처가 19.43%, 정 회장의 장남 정대현 사장이 11.34%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기업은 ‘에스피네이처’다. 주로 골재, 레미콘 제조와 판매 등을 하는 업체다. 2013년 대원에서 인적 분할했으며 그 후 삼표기초소재, 남동레미콘, 알엠씨 등을 흡수합병하며 사세를 키웠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매출액은 5678억, 당기순이익은 924억에 달한다.

문제는 에스피네이처가 매년 매출 중 절반 가까이를 내부거래로 채운다는 점이다. 사돈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원료를 가공해 삼표산업 등 계열사에 판매한다.

또 에스피네이처는 코로나19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거액 배당금을 지급했다.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지난해 에스피네이처 연결 기준 매출액, 당기순이익은 567억원, 92억원이다. 전년도 대비 매출액은 2%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7%가량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에스피네이처 배당성향은 135.62%로 배당금으로만 125억4258만원이 나갔다. 당기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더 큰 것이다. 에스피네이처 최대주주는 정 사장으로 71.9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이 배당금으로 받은 금액은 약 9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대현 사장은 에스피네이처로부터 지난해 토지임차료로 11억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승계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회사를 통해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미지 = 삼표그룹 홈페이지]
[이미지 = 삼표그룹 홈페이지]

삼표 관계자는 나이스경제와 전화 통화에서 “공정위 조사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사업부문이 수직 계열화돼 있다 보니 진행되는 일반적인 조사”라며 선을 그었다. 배당성향에 대해서도 “누적 이익잉여금과 영업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당했다”고 말했다.

삼표그룹은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며 ESG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ESG경영이 친환경 경영만을 의미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사회에 대한 책임과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할 때 더 큰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삼표그룹 최고 경영진 철학이다. 철저하게 실천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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