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대기업 못잖은 초봉과 수평적 문화, 다양한 복지까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과 개인의 삶, 여가를 중시하는 MZ세대들에게 가장 최적화한 것처럼 보이는 업계가 있다. 바로 게임업계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20~39세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입사하기 싫은 기업 유형’을 조사한 결과, △야근, 주말출근 등 초과근무 많은 기업(31.5%)이 1위에 올랐다. 이어 △업무량 대비 연봉이 낮은 기업(23.5%) △군대식 문화 등 소통이 어려운 기업(13.1%) △연차 등 휴가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기업(9.9%) △친인척 등 낙하산 인사가 많은 기업(5.3%) △성장 기회가 많지 않은 기업(4.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MZ세대는 연봉뿐 아니라 유연한 기업문화와 소통, 휴가 사용의 자율성 등에 대한 욕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선호하는 기업은 △자유롭고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가진 기업(23.5%)이 첫 번째였다. 뒤이어서 △야근, 주말출근 등 초과근무 없는 기업(17.8%) △동종업계 대비 연봉이 높은 기업(16.7%) △연차 등 휴가 사용이 자유로운 기업(11.3%)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8.8%) △탄력근무가 가능한 기업(7.4%) 등의 순이다.

그렇다면 최근 대기업들의 인사 및 보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자극하고 있는 게임업계는 여기에 부합하고 있는 것일까? 그 현주소를 꼼꼼히 살펴봤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 컴투스,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CI. [이미지 = 조근우 기자]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 컴투스,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CI. [이미지 = 조근우 기자]

◇ 대기업 못지않은 초봉과 복지

엔씨소프트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대졸 초임제’를 폐지하고 ‘시작 연봉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 연봉도 역량과 전문성에 따라 더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엔씨소프트의 최저 초봉은 개발직군 5500만원, 비개발직군 4700만원이고 상한선은 없다.

엔씨소프트는 포스트 장학금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재학시절 학자금 대출 상환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사후 장학금 개념의 특별 복지제도다.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 엔비디아 등이 유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 기업은 엔씨소프트가 유일하다고 알려졌다. 이 외에도 주거지원, 메디컬 센터운영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한다.

넷마블의 경우 초임 연봉은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이다. 넷마블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바가 없다. 본인 업무에 따라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자랑으로 꼽는다.

넷마블 관계자는 “실제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는 복지 포인트, 의료비 지원 등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가 있지만,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도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라며 “본인이 업무시간을 스스로 운용한다는 책임감을 부여받아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점이 좋고, 자기주도적인 근로시간 조정으로 일과 생활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넥슨 초임 연봉은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이다. 넥슨은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돕고 특정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해 평소 꿈꿔왔던 것들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넥슨포럼’을 가장 만족도 높은 복지제도라고 밝혔다. 직원들은 넥슨포럼을 통해 단편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독립출판과정을 거쳐 작가로 꿈을 이루기도 한다.

이외에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넥슨 사내직원 대상 특화교육’, ‘명사 특강’ 등 지식공유의 장을 열고, ‘넥슨 마일리지’, ‘어학교육’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내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과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다양한 복지를 제공한다.

크래프톤 초임 연봉은 개발직 6000만원, 비개발직 5000만원으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단, 크래프톤의 경우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다양한 방식으로 주거지원을 하고 있다. 원거리 거주자가 소속회사 근처로 이사하고자 하는 경우 최대 3000만원을 무이자로 지원해주고, 주택구매 자금, 전(월)세 보증금을 위한 대출이자를 지원해준다. 서울·경기도 내 연고지가 없는 지방, 외국 출신 사회초년생(경력 2년 미만) 대상으로 6개월간 셰어하우스도 제공한다. 그밖에도 자기계발비 지원, 사내 카페 등 다양한 복지제도가 마련돼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게임회사임과 동시에 IT기업이기에 IT직무로서도 다양한 커리어 성장 기회가 있다”며 “1년 이상 동일부서 근무 시 원하는 부서로 지원할 수 있고, 합격 시 100% 이동이 보장되는 등 커리어 개발을 위한 직무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사람인, 잡플래닛 등 채용공고 사이트에서 대졸 초임을 추정해본 결과 카카오게임즈 초임 연봉은 3000만원대 중후반~4000만원대 초반이다. 올해 초 일제히 연봉을 인상한 다른 업체와 달리 카카오게임즈는 동결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평균연봉 상승을 예고했다.

최근 카카오게임즈에서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남궁훈 전 대표는 올해 초 “내년 연봉은 반드시 동종업계의 수준을 고려해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격주 금요일마다 휴무인 ‘격주 놀금’과 연 360만원 복지포인트, 제주도 및 강원도 휴양시설, 캠핑카, 전문상담심리 등을 지원한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직원들의 워라밸을 고려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컴투스는 직군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직군 초임 연봉은 4000만원대 중반 이상이다. 컴투스는 연간 복지포인트 200만원을 지급하고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내식당을 운영한다. 또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한 사내 베이커리와 카페 운영, 판교역 셔틀버스 운영 등이 있다. 이 외에 전세자금 대출과 자기계발비도 지원한다.

컴투스 관계자는 “신입사원들도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유연한 소통 문화를 가진 회사”라고 소개했다.

넥슨 포럼. [사진 = 넥슨제공]
넥슨 포럼. [사진 = 넥슨제공]

◇ 수평문화 돌풍에 빠진 기업들, 게임업계는 정말 수평적일까?

요즘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보노라면 수평적인 분위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분위기는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IT업계의 경우 더욱 수평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취재한 게임회사 모두 ‘수평적인 소통문화를 지향한다’고 강조했고, 대부분 게임사는 직급과 관계없이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영어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초 네이버 등에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졌다. 그렇다면 게임업계는 진정 수평적일까?

일반적으로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분위기는 다른 업계와 비교했을 때 더 수평적이라고 느끼기 마련이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게임업계는 수평적인 문화여야 ‘더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인간은 수평적 문화에서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정말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팀에서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한다. 거기에 대해 비웃거나 질책하지도 않는다. 실행이 불가능한 망상으로 드러나는 의견들조차 환영받는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집단에서는 실수를 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개인은 저마다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아주 멋진 아이디어가 비웃음을 살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사라져 버리는 일은 더이상 없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자신의 저서 ‘뇌 속에 또다른 뇌가 있다’에서 이같이 말한다. 즉, 수평적 환경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길러내는 요람이 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만들어진 게임이 기업 가치와 위상을 좌우하는 특성상 수평적 분위기는 게임업계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 그렇다면 게임업계가 원하는 역량은?

그럼 게임업계 취업을 희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게임업계를 취재하다보면 공통적으로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게임 산업과 직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 잠재력’이었다. 또한 학력, 나이, 어학점수 등 정형화된 스펙이 중요하다고 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통상적인 스펙보다는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재인지를 더 중요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 직무에 따라 어학능력이 필요할 경우 어학점수를 검토한다.

신입 개발직군의 경우 프로젝트 개발 경험 등을 참고해 코딩실력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뽑았다. 카카오게임즈는 개발직군 채용 시 두 번의 코딩테스트를 거친다.

비개발직군은 직무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과 배움·협업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적응력을 중요시 여긴다. 또한 게임 동아리 활동, 직무 관련 대외활동 및 인턴 등의 경험도 중요하다.

경력직의 경우 모집 중인 직종에 따라 직무별로 수행에 요구되는 업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프로젝트 장르 선호도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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