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안에 어디까지 올라갈까? 자산 포트폴리오에 신경을 쓰는 이들에게 미국 금리 추이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미국 기준금리는 세계증시는 물론 외국인의 동향에 크게 영향 받는 국내 증시에서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그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회의가 16일 낮(한국시간 17일 새벽) 종료됐다. 연준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기존의 0.00~0.25%에서 0.25~0.50%로 인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시장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있었던 미 의회 증언을 통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따라서 시장의 주된 관심은 연준이 언제쯤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밟을지, 연내에 어디까지 금리를 끌어올릴지 등에 모아져 있었다.

17일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17일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또 하나 주요 관심사는 연준이 이번 회의 직후 모처럼 내놓을 점도표의 내용이었다.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수치로 보여주는 점도표는 향후 전개될 기준금리 추이에 대한 중요한 가늠자가 되어준다.

이번에 발표된 점도표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3.25%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공개된 직전 점도표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오히려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번 점도표의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세계적으로 원자재 공급난이 더욱 심화됐고, 그 여파로 연준의 긴축 속도 및 강도가 다소나마 약화될 것이란 시장 일각의 전망과 배치된다.

최근 들어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원자재 가격 등이 급등하는 바람에 세계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나아가 부가된 공급난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겨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초래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직전 점도표에는 전체 18명의 연준 위원 중 과반이 연내에 기준금리가 0.75~1.00%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담겨 있었다. 2명의 위원은 1.00~1.25%를 예상함으로써 올해 안에 기준금리 상단이 최대 1.25%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점도표에는 비록 한명의 전망치이긴 하지만 기준금리 상단이 최대 3.25%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표시돼 있다. 참여 위원 16명 중 12명의 위원이 예상하는 연내 기준금리 수준은 1.75~2.00% 이상이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 나왔던 시장 분석가들의 전망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위원 7명은 기준금리 상단이 2.25%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다. 3명의 위원은 연내 기준금리가 2.25~2.75%가 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위원 대다수가 전망한 것처럼 미 기준금리 상단이 최소 2.00%가 되려면 연준이 올해 열리는 남은 6번의 FOMC 회의에서 매번 금리를 올려야 한다. 또 그 중 한 번 이상은 ‘빅 스텝’을 취해야만 기준금리 상단이 2.00%를 넘어설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점도표는 FOMC 위원 7명이 올해 중 최소 한 번의 ‘빅 스텝’을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회의에서 바로 ‘빅 스텝’을 취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주목되는 일이다. 이번에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제임스 블러드 위원은 소수의견으로 0.50%포인트 인상안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의가 열리기 직전 미 인플레이션 및 고용 상황을 감안할 때 연내 7차례 금리인상이 관측된다고 전하면서 중립수준 이상으로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중립금리는 경제성장이나 고용을 저해하지도,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지칭하는 말이다. 연준이 근원물가 상승률 2%를 물가목표로 잡고 있음을 고려하면 미국의 중립금리는 2%를 상회하는 수준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점도표를 통해 나타난 연준 위원들의 연내 기준금리 전망은 그리 과격하다고 할 수 없다.

연준의 보유자산 처리 문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연준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로금리와 별도로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을 줄기차게 사들이는(달러를 푸는) 바람에 보유자산 규모는 8조9000억 달러(약 1경891조원)로 불어났다.

이제부터는 이를 서서히 시중에 되팔아야 한다. 일명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 돌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곧 시중자금을 중앙은행이 흡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시중 유동성을 빠르게 고갈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연준은 이번 FOMC 회의가 끝난 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남겼다. 파월 의장은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기 회의가 예정된 5월부터 양적긴축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악재가 돌발된 탓에 연준이 양적긴축 시점을 다소 늦출 것이란 일반적 전망을 뛰어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특별히 커지지 않았고 지금도 수요는 강하다”고 말했다. 비록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악재가 돌출됐지만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불투명하고 미국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월은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의 인플레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물가안정 없이는 지속적인 최대고용이 달성될 수 없다”며 “강한 고용시장을 유지하면서 물가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연준이 특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할 과제가 물가안정임을 강조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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