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또 한번 돈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조윤선으로서는 박근혜 정권 초기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된 직후에 이어 두 번째로 맞이한 통과의례였다. 이번에도 결과는 싱거웠다. 맨손으로 소라도 잡을 것 같았던 야당들은 기세만 장했을 뿐 결정타 한방을 들이밀지 못했다. 고작 내세운 무기라는게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사는 것 아니냐’고 고래고래 악을 쓰는 것 정도였다.야당들이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줄곧 목청 높여 떠들어댄 이야기의 핵심은 그 정도였다.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 이상은 청문회에서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
“죽일 X”생존 일본군 위안부 중 한 명인 김복동 할머니(90)가 지난 26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66·여)을 겨냥해 느닷 없이 내뱉은 욕설이다. 회견은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 이행의 일환으로 피해 할머니들에게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김 할머니의 욕설은 김태현이 모 방송 인터뷰에서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더니 (할머니) 대부분이 합의에 찬성하고 보상금을 받겠다고 했다.”고 말한데 대한 반응으로 튀어나왔다. “아이고 답답
몇해 전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푸른 눈, 갈색눈 -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수업 이야기’(윌리엄 피터스 지음)는 책 제목처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책은 한 미국 교사가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눈동자의 색깔로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인위적 차별을 조장함으로써 나타난 실제 현상들을 생생히 기술하고 있다. 멀쩡히 잘 어울려 놀던 아이들은 선생님이 눈동자 색깔에 따라 우열을 매기자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다. 우등한 그룹의 아이들이 상대 그룹 아이들을 공연히 적대시하는 것은 물론 해코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똘똘하던 아이는 갑자
19세기 말을 전후해 활동한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자기 집 정원을 가꾸는 과정에서 80대20 법칙을 발견했다. 20%의 콩깍지에서 전체 콩 수확량의 80%가 생산되더라는게 해당 법칙의 대강이었다. 파레토의 법칙 또는 80대20 법칙으로 불리는 이 고전적 이론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이 이론은 사회 불평등 현상을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로 자주 애용된다. 경쟁사회에서는 자연스레 상위 20%가 80%의 부를 과점하게 되고, 소수 엘리트들은 기존의 유리한 여건을 발판으로 미래에도 더 쉽게, 더 많은 부를 축적할 기회를 갖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 대처법이 또 한번 헛발질로 끝났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단순한 헛발질을 넘어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사드 문제에 관한 한 스스로 입지를 더 좁히는 결과를 자초했으니 하는 얘기다. 바둑에서 나름 수(手)를 쓴다고 돌을 놓은게 자신의 집을 메우는 결과로 이어진 것과 똑 같은 이치다.더 아쉬운 점은 아까운 수를 섣불리 날려버리게 됐다는 사실이다. 사드 배치 장소를 성주군 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수 하나가 적절하지 못한 때에 미리 노출된 탓에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충수를 둔 데다 일수불퇴로 그 수의
9년 전 이맘 때 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현지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 접해본 남아공은 생각보다 혼란스러운 나라였다. 우선 치안이 말이 아니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공식적으로 소멸됐지만,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그토록 없애고자 갈망했던 흑백갈등도 시퍼렇게 살아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원인은 빈부 격차였다. 요하네스버그 교외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언덕 위 볕바른 곳의 백인 고급 저택촌과 그 아래 벌판에 형성된 흑인 빈민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뿜어내는 듯했다. 흑인 마을들은 대개가 길게 늘어선 공동화장실과 구정물
요즘 새누리당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너무나 조용한게 그 이유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평스러운 지도부나, 그런 지도부의 반역사적 무작위를 용인하고 있는 의원들이나 매 한가지다. 저들에게 과연 집단지성이라는게 있기나 한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일 정도다. 지난 총선 이후 지금까지 새누리당에서는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의 인치도, 집단지성에 의한 협치도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져오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여소야대의 정국 현황도, 끝 없이 이어지는 친박의 전횡도 아니다. 정말 중요한 새누
몇해 전, 미국에서는 ‘오바마스럽다’(So Obama)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물론 언론을 통해서다. ‘오바마답다’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 말은 한동안 ‘쿨하다’ 정도의 의미로 통했다.2009년 7월, 미국 사회는 잠겨 있는 자기집 대문을 강제로 열려던 하버드대 흑인 교수가 신고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에게 체포되는 사건으로 인해 시끄러웠다. 교수를 절도범으로 오인한게 화근이었다. 이 사건은 즉각 인종차별 논란으로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백인 경찰을 향해 “어리석었다.”라고 비난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그러자 백인 경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