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처 이름에 맞는 벤처기업인도, 힘 있는 정치인도 아니었다. 중소기업 육성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산학 경험이 있는 40대 교수가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박성진(49)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지명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박성진 교수는 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학자로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박 대변인은 박성진 후보자와 인선과 관련해 “새 정부의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 업무를 이끌어나갈 적임자”라며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혁신적인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부산 출신으로 해운대고를 나와 포항공대 기계공학과를 마쳤다.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 모교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성진 후보자는 학교 산학처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성진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되면, 문재인 정부 내각에서는 처음으로 40대 장관이 탄생하면서 문재인 내각 조각도 완성된다.

그동안 청와대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된 뒤 인선에 진통을 겪어왔다.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으로는 다른 부처 장관보다 리더십이 강력하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사실상 정치인을 선호한다는 발언으로 풀이돼 왔다.

새 정부의 새 부처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부처 이름에 들어간 ‘벤처기업’이라는 의미를 살려 참신한 벤처기업인, 최소한 중소기업인을 인선해야 한다는 명분론도 설득력을 얻어왔다. 그러나 주식 백지신탁 문제로 벤처기업인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거절했다는 소문까지도 흘러나왔다. 주식백지신탁제도는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이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이를 금융기관에 위탁해 처분하도록 해 공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다. 난관을 극복하고 창업한 기업을 성장시킨 벤처기업가로서는 주식처분으로 경영권을 잃는다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이같은 이유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2013년 중소기업청장으로 발표됐다가 취임 전날 사임했다. 황 대표는 당시 “재직 기간 주식을 제3자에게 맡겼다가 재직이 끝나면 도로 가지고 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수락 철회 사유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정치인도, 벤처기업도 아닌 벤처기업 현장 경험이 있는 산학도 책임지고 있는 박성진 교수 낙점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기업인도 정치인도 아닌 40대 교수를 지명하면서 새 정부의 18개 부처 장관 인사의 마지막 퍼즐을 풀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6일 만에 장관 18자리의 인선이 마무리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18일 만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 52일 만에 장관 인사를 마친 것과 견줘보면 상당히 늦어진 결과. 하지만 궐위선거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후보자 인선을 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성진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18명 장관들의 평균 연령은 60.6세로 박근혜 정부 출범 내각 장관들의 평균 나이 59.1세보다 다소 높아졌다. 60대가 13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50대가 4명이고 40대는 1명이다.

탕평 인사를 강조해 온 인사 기조에 맞게 지역별 배분은 비교적 잘 이뤄졌다는 평가다. 서울과 부산 출신이 4명씩으로 가장 많고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 출신이 모두 4명이다. 충청권이 3명, 경남이 2명, 경북과 경기 출신이 1명씩이다.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공약도 사실상 달성됐다. 여성 장관이 5명이 나와 내각의 여성 비율은 27.8%이지만, 장관급으로 격상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포함하면 그 비율은 31.6%가 된다.

출신 대학으로 살펴보면 서울대 출신이 4명, 연세대 출신이 3명, 고려대 출신이 2명으로 주류를 형성했다. 건국대, 국제대, 방송통신대, 부산대, 성균관대, 충북대, 포항공대, 한양대, 해군사관학교 출신이 한 명씩이다.

교수 출신이 5명이나 대거 발탁된 점도 특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백운규), 보건복지부(박능후), 법무부(박상기), 여성가족부(정현백)가 현직 대학 교수를 장관으로 맞았고, 새 출발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박성진 교수의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게 됐다. 박성진 후보자가 임명장을 받으면 교수 출신 장관 비중은 27.7%가 된다. 박근혜 정부 첫 조각에서 교수 출신은 4명(22.2%)이었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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