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편향성 논란으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이 한 차례 무산됐던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가 우여곡절 끝에 28일 진행됐지만 여야 간의 치열한 공방이 거듭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이유정 후보자의 정치적 행보를 도마 위에 올렸고, 여당 의원들은 헌재의 다양성 측면을 부각시키며 맞섰다.

야당은 국무위원과 달리 재판관에게는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이유정 후보자의 자질 문제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반 장관이나 차관은 대통령 따라 얼마든지 코드 맞는 사람이 할 수 있지만 대법관이나 헌재재판관은 아니다. 강한 정치적 편향성 가진 사람이 들어갈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재판관은 양쪽 귀로 들어야 하는데 후보자는 좌측 귀만 있는 듯하다”고 이유정 후보자를 겨냥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이유정 후보자가 민주당 의원에 정치후원금을 낸 것을 놓고 해당 의원을 청문회에서 제척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간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기본권이라며 사회적 다양성 측면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헌재는 다양한 이해 대립 갈등을 조정하고, 다양한 가치관과 철학이 담긴 논의를 통해 완성해야 한다”며 “이유정 후보자는 여성 변호사로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왔다. 이런 경력이 재판관으로서 경력을 풍부하게 만들고 헌법 재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이유정 후보자를 감쌌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선언 등으로 불거진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 관련해 이유정 후보자는 “제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가 사회적 약자와 여성 인권 위한 활동을 많이 했다”며 “그런 정책을 잘 실현하는 분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응원하는 의미로 지지선언에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지선언에 참여할 때는 여러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표시를 한 것이지 중대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유정 후보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뒀다"며 "헌재 재판 자체가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기에 제 경험들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편향성 외에 사회적 소외의 이슈인 동성애, 동성혼과 관련해서는 동성애 자체를 법으로 금지할 수는 없지만 동성혼은 사회적 합의과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유정 후보자는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의 해당 질문에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동성혼은 서구에서도 인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우리 사회가 동성혼 형태의 가족을 수용할 수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동성애는 행동의 자유에 해당한 것으로 금지할 수는 없지만, 동성끼리의 혼인은 법적으로 인정하기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외에도 이유정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정치적, 표현적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견해를, 사형제에 대해서는 “헌재가 합헌을 내렸지만 (폐지돼야 한다는) 소수의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헌법재판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유정 후보자는 “개업하지 않고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거나 공익법인에서 공익활동을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유정 후보자와는 달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 지명 이후 종교적인 '창조설 지지' 논란에 휩싸였던 박성진 후보자는 “창조론은 아니고 창조신앙을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에 따르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자지만 창조론을 믿는 게 아닌 성경에 기록된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다. 진화론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조과학을 연구한 적은 없다.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진화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진화론을 부정하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명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창조과학회는 창조론를 과학에 근거한 것으로 보고 진화론을 부정하고, 공교육기관에서 과학적 증거를 통해 창조론을 가르치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창조과학회 이사직을 맡은 배경에 대해 박성진 후보자는 “신앙인으로서 한국창조과학회와 미국창조과학회 양쪽 모두를 알고 있어서 (두 곳을)연결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한 박성진 후보자는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라는 단체가 주도한 ‘동성애·동성결혼 개헌반대 전국교수연합’ 서명에 참여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성적 취향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생각과 제 생각이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람의 인권은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아서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동성혼 제도화는 다른 문제로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성숙한 여건이 필요하다"면서 동성결혼과 동성애 합법화 반대하는 입장은 유지했다.  김민성 기자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