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또 다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지난 4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가 워싱턴에서 대면한 지 석달만의 재회다.

두 사람의 만남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미국발 글로벌 무역분쟁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불거진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 이번 만남은 16일 서울 중구의 한국은행 본관에서 있었다.

이들의 만남이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다 평소 두 사람이 이심전심하듯 찰떡 궁합을 맞춰왔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상황과 김 부총리의 정부내 입지를 감안할 때 이들의 만남은 그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일 수 있다.

김 부총리는 그간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문제 등을 두고 청와대와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왔다. 그로 인해 경제사령탑이 누구냐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자리 증가세가 크게 꺾이면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설득력을 잃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청와대가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마당이다. 이는 곧 장 실장과 신경전을 벌여온 김동연 부총리의 입지가 강화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 부총리는 이날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0.4% 올린 8350원으로 결정한 것이 하반기 경제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부총리의 이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2020년 1만원 달성 공약에 다시 한번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김 부총리는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후유증을 치유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재정을 통해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의 궁합은 이날 모두발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부터 다시 한번 과시됐다.

김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하반기 경제운용의 하방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중, 미·유럽 간 무역마찰을 포함한 국제무역환경 변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머리를 맞대고자 한다고 만남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하반기 도전 과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주열 총재는 “우리경제가 성장세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요인이 적지않다”고 화답하듯 말한 뒤 그 중에서도 무역분쟁이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앞서 글로벌 무역 분쟁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측하기 힘든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만큼 통화정책 운용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총재는 특히 국제금융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제반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고,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에 어떻게 준비할지 등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쪽 제안으로 성사된 이날 모임에는 기재부 측에서 김동연 부총리, 고형권·김용진 1·2차관, 이찬우 차관보, 황건일 국제경제관리관이 참석했다. 한은 측 참석 인사는 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허진호·유상대·정규일 부총재보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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