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을 가동하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에어컨을 마음놓고 가동하는 가정은 많지 않다. 가정용 전기 사용에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물리는 우리나라의 전력요금 산정 체계상 자칫 방심했다가는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이다.

과거 극심했던 무더위에 에어컨을 가동했다가 맞은 요금폭탄의 악몽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력대란보다 요금폭탄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6년 우리 사회에 요금폭탄 논란이 크게 일자 가정용에만 유독 불리하게 돼 있는 누진제를 개선함으로써 가정용 전력요금의 폭발성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약간 개선됐을 뿐 누진제가 여전히 유효한 만큼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면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무더위가 예년 수준을 넘으면서 전력 요금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자 한국전력공사는 27일 에어컨 사용이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한전에 따르면 도시 거주 4인 가구가 소비전력 1.8kW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5시간 사용하면 월 전기요금이 6만3000원 추가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액수는 도시거주 4인 가족이 월 평균 350kWh(킬로와트시: 월 5만5080원)의 전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계산해낸 것이다.

도시 거주 4인 가구가 하루 5.5시간씩 앞선 기준의 에어컨을 켜면 월 전기요금은 9만8000원 더 늘어난다. 이 가구가 한달 내내 하루 10시간씩 에어컨을 가동한다면 한달에 추가되는 전기요금은 17만7000원으로 급증한다. 결국 이 경우 월 전기요금 총합은 23만원이 넘게 된다.

한전은 위의 조건에서 에어컨 가동을 하루 2시간으로 줄이면 추가되는 요금이 3만6000원에 그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즘 같은 가마솥 더위에 에어컨을 하루 2시간만 켜는 것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분석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한전은 2년 전의 누진제 개편으로 에어컨 사용에 의한 전기요금 추가부담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누진제 개편이 없었더라면 에어컨 사용시 추가 요금이 3.5시간에 10만8000원, 10시간에 39만8000원이나 됐을 것이라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6년 6단계였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체계를 3단계로 바꾸고 누진에 따른 단위 전력당 요금의 배수도 기존 11.7에서 3으로 개선했다.

이로 인해 월 전기 사용량 200kWh까지는 kWh당 93.3원을 내고, 201∼400kWh 사용시엔 kWh당 187.9원을 부담하게 됐다. 그래도 400kWh를 초과하는 사용량에 대해서는 kWh당 요금이 280.6원으로 크게 올라간다. 서민들로서는 누진제가 무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3배수 역시 만만찮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일반 서민가정에서 전기를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웃 일본 정부가 혹서기 때마다 노약자가 있는 일반 가정에 에어컨 사용을 권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여름나기는 훨씬 더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한편 에어컨 사용시간에 따른 전기요금 변화 추이는 한전 사이버지점의 ‘사용제품 요금계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