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누진제와 맞물려 시빗거리가 돼온 전기사용량 검침일을 앞으로는 각 가구가 알아서 정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검침일 차이로 인해 억울하게 떠안아야 했던 전기료 폭탄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각 가정의 전기사용량 검침일은 그동안 한전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왔다. 검침 인력 배분 등 업무 편의상 한전이 가구별 검침일을 지정해 한달 간의 전기 사용량을 확인한 뒤 요금을 산정에 발송하는 식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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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혹서기 등에 공정성 시비를 낳곤 했다. 똑같은 기간에 똑같은 양의 전력을 소모한 가구들이 검침일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요금을 내야 한다는게 그 이유였다.

예를 들어 검침일이 매달 1일인 경우 해당 가정은 직전월 1일부터 월말까지 사용한 전력에 대해 요금을 부과받는다. 하지만 검침일이 15일인 가정이라면 전달 15일부터 당월 14일까지 사용한 전력에 대해 요금을 부과받게 된다.

A가구의 예를 들어보자. 이 가구가 지난 7월 1~15일 100kWh, 7월 16~31일 300kWh, 8월 1~15일 300kWh, 8월 16~31일 100kWh를 썼다고 가정해보자.

이 가정에 대한 검침일을 1일로 정할 경우 부과되는 한달(7월 1~31일) 요금은 400kWh 사용에 따른 6만5760원이다. 하지만 검침일을 16일로 삼을 경우 이 가정의 한달 요금(7월 16일~8월 15일)은 600kWh 사용량에 맞춘 13만6050원이 된다.

한달 기간의 전기 사용량이 전자는 400kWh, 후자의 경우 600kWh가 되는데 따른 차이다. 주지하다시피 누진제 하에서는 전력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kWh당 요금이 비싸진다. 현행 3단계 누진제에 따르자면 kWh당 요금은 200kWh 이하를 사용했을 경우 93.3원, 201~400kWh 사용시엔 187.9원, 400kWh 이상이면 280.6원이 매겨진다.

여기에 호당 기본요금과 부가세가 더해져 각 가정에 부과되는 최종 전기요금이 산정된다.

검침일에 따른 전력 요금 부담 차이는 지속적으로 시비를 불러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기요금 검침일을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규정한 한전의 불공정 약관을 고치도록 했다. 한전은 곧 약관을 수정해 수용가가 임의로 지정하는 검침일을 수용하기로 했다.

단, 고객 요청에 따라 검침일을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원격 검침과 달리, 기타 일반 검침의 경우 한전과 협의함으로써 인근 가구의 검침 순서 등을 고려해 날짜를 변경할 수 있다.

검침일 변경을 원하는 수용가는 한전이 ‘기본공급약관’ 조항을 손질해 시행하는 오는 24일부터 한전에 날짜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날짜 변경에 따라 한달 간격이 채워지지 않는 기간에 대해서는 별도로 전기요금 산정 작업이 이뤄진 뒤 요금이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정부 각 부처가 재난 수준의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폭탄의 충격을 덜기 위해 방안을 강구 중인 가운데 나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한 전력을 사용해도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이 크게 달라진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일방적으로 검침일을 정하도록 규정한 약관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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