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연이은 화재 사고로 애물단지로 추락한 BMW의 운행 중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그룹 규모로는 찬성론이 우세할지 모르지만 차주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반대론도 만만치않게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전자 입장에서 정부의 조치가 법적 정당성을 지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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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김 장관은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연 긴급 브리핑을 통해 문제의 차량을 상대로 운행 중지를 명령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의 이 발언은 국토부의 대응이 더딘데다 너무 미온적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여론은 BMW사에 대한 정부 대처가 너무 약하다는데 모아져 있었는데, 김 장관의 강경 대응 방침은 선의의 피해자인 소비자를 정면으로 겨누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차량을 소유한 사람들 역시 선의의 피해자일 뿐이다. 이는 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운행 중지 검토에도 그럴만한 명분은 있다. 차량 화재가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져 다수의 시민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김 장관이 강조했듯이 문제가 있는 BMW가 터널이나 주유소, 대형 주차장 등에서 화재를 일으킬 경우 커다란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

운행 중지 대상은 리콜 리스트에 오른 BMW 차량 중 오는 14일까지 안전진단을 받지 못하는 차량과 안전진단 결과 이상이 있다고 판정받은 차량들이다. 제조사가 리콜 대상으로 삼은 BMW 42개 차종의 차량은 모두 10만6317대이다. 9일 현재까지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은 겨우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계획 대로라면 어림잡아도 수만대의 차량이 운행 중지 대상이 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주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단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운행 정지 명령을 받은 차량의 주인들은 BMW사로부터 무상대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금도 BMW 측은 피해자들에게 대차해줄 렌터카를 모두 확보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수만대의 차량이 운행 중지에 들어가면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운행 중지 명령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다. 국토부 스스로도 그동안 마땅한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해 운행 중지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운행 자제만을 권고해왔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설득해 각 지자체가 관할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운행 중지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동차관리법상 지자체장이 안전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차량에 대해 운행 중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그같은 방식을 동원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차주들로부터 재산권 침해는 물론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모여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정부가 취하려는 운행 중지 조치는 재산권 및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측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한다는 명분론이 맞서는 가운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9일 오전에도 경남 사천시와 경기도 의왕시에서 주행중이던 BMW 차량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써 올들어 국내에서 발생한 BMW 차량 화재는 36건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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