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차로 행세하던 BMW의 요즘 신세가 말이 아니다. 누구나 갖고 싶었던 차에서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화재 소식에 이젠 차주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도 BMW만 보면 몸을 움츠리게 된다.

올해 들어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소식이 BMW 화재 사고니 그럴만도 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나마 처음엔 화재사고가 디젤차 중에서도 특정 모델에 한정된 일인 줄로만 알았다. 사고 시점도 ‘주행중’으로 한정돼 있는 것으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결과 BMW는 디젤과 가솔린 또는 모델명 가릴 것 없이 모두 공포의 대상이 돼버렸다.

더구나 주차중인 차에서도 사고가 터지니 이젠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의 BMW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되도록 BMW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기 차를 주차하려 하고 있다.

BMW에 대한 공포감과 기피심리는 제조사 측이 자초했다고 할 수 있다. 의도적 거짓말인지, 자신들도 제대로 원인 파악을 못해서인지 모르지만 제조사 측의 말이 번번이 빗나간 게 차량에 대한 불신과 공포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대표적 예가 가솔린 차량에서의 화재다.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가솔린 엔진의 미니쿠퍼 화재는 제조사의 신뢰에 결정적으로 먹칠을 했다. 이는 디젤 엔진에만 쓰이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한다고 말해온 제조사 측의 말이 틀렸을 가능성을 키웠다.

나아가 가솔린 차량의 화재 사고는 제조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진실은 그들만이 알고 있겠지만….

지난 9일에는 리콜 대상도 아닌 BMW 730Ld에서 화재가 발생해 모든 BMW 차량 소유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 상황이니 의심의 눈초리는 BMW사가 제조한 모든 차량을 향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화재 원인이 오리무중이다 보니 올여름의 유별난 폭염에 혐의를 두는 목소리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섭씨 수백도를 오르내리는 엔진 속의 화재 사고를 고작 30~40도 더위 탓으로 돌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그런 BMW가 평택항 차량물류센터에 대거 집결하면서 그곳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더구나 BMW 중에서도 리콜 대상이 된 차량들이 모여든다니 평택을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로울 수 없다.

여기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고 한다. 제조사 측은 리콜 대상 차량이 수도권 일대 서비스센터에 모여들면서 안전진단 작업이 밀리고, 주변에 주차난이 초래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차주 동의 하에 평택 물류센터로 문제의 차량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짐작하건대, 서비스센터 주변 주민들의 불안한 시선과 그로 인한 민원도 그같은 조치의 원인일 수 있을 것 같다.

평택항 차량물류센터는 평소 BMW 측이 한국으로 차량을 들여오는 창구라고 한다. 이곳에서 최종 점검을 마친 뒤 차량을 구매자에게 인도한다는 것이다.

이곳은 또 BMW 차량의 부품을 들여오는 관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BMW 측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EGR 부품도 이곳을 통해 들어온다.

그같은 정황들을 감안하면 평택항 물류센터는 안전점검을 받을 차량을 집결시킨 뒤 안전점검과 부품 교체를 하기에 적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안전이다. 그렇다면 평택항 전체가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 수 있다. 그곳에서 집단으로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재난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BMW 측은 차량이 집결된 곳에서는 직원들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고, 울타리도 둘러쳐져 있어서 안전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거듭된 차량 화재에 이미 여러번 놀란 사람들은 그 말만은 진실이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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