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논란의 와중에 있는 BMW 차량의 운행정지 조치를 강행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리콜 대상이 된 BMW 승용차에 대해 설정한 안전점검 기한이 14일로 마감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때까지 리콜 대상이면서 안전점검을 받지 않는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조치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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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당장 14일 중으로 정부의 강경 대응 조치가 실행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물론 운행정지 시점을 못박은 것이 아니고, “실행하겠다”고 확언한 것도 아닌 만큼 정부의 고민이 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비록 ‘검토’ 수준이긴 했지만 장관의 공개 발언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어떤 식으로든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토부는 예고한 안전점검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13일 행정안전부와 차량 운행정지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과정에 행안부가 참여한 것은 관련 법규상 운행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37조(점검 및 정비 명령 등)를 통해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이 국토교통부령 규정에 따라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차량 등에 대해 점검 및 정비, 검사 등을 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때 지자체장은 점검 및 정비 기간을 지정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해당 자동차의 운행 정지를 함께 명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중앙정부엔 자동차 운행 정지를 명할 권한이 없다. 그런 만큼 극단적으로는 지자체장이 행안부 등 중앙정부의 결정을 거부할 경우 운행정지 조치는 지역에 따라서는 무위로 끝날 수도 있다.

행안부가 지방정부에 대한 관리 감독 기능을 갖고 있지만, 민생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거나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안을 다룰 땐 양측 사이에 엇박자가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자체장들이 선출직인데다 소속 정당도 제각각인 점이 그 배경이다.

이런 저런 정황을 감안할 때 정부가 시간을 벌면서 운행 정지 결정을 미룰 가능성도 엿보인다. 14일부터 당장 운행 정지를 밀어붙일 경우 차주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어서이다.

BMW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도 안전 점검을 받지 못한 문제의 차량이 30% 정도나 된다. 리콜 대상 차량 10만6317대 중 이날 0시 현재까지 점검을 마친 차량은 7만2188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설사 정부의 결정을 감수하고자 하는 차주들일지라도 아직 점검을 받지 못한 경우엔 성급한 운행 정지 조치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운행 정지가 과연 설득력을 얻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문제의 차량에 대한 운행 정지를 반기는 이들이 많을지 모르지만 차주들의 입장에서는 비합리적이고 억울한 일일 수 있는 탓이다.

차주들 역시 피해자에 불과한데 정부까지 나서서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가해자인 BMW 못지 않게 정부에도 사태를 키운 책임이 있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이치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차주들에게 거듭 고통을 강요한다면 정부 조치는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문제는 또 있다. 정부가 운행 정지를 강행한다 해도 문제의 차량 소유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그것이다. 따라서 단속하는 경찰도 난감한 입장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상 경찰이 엄히 단속을 실시할 경우 오히려 반발심리를 자극해 더 큰 사회불안이 야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처럼 운행 정지 조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차량을 마냥 방치할 수도 없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따라서 운행 정지가 결정된다 하더라도 지자체나 경찰 차원에서 운영의 묘를 살리며 운행 자제를 계도 또는 권고하는 쪽으로 상황에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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