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50대 후반 남성인 A씨의 생생한 경험담을 정리한 것이다.

A씨는 25년 근속해온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뒤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7년여 동안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개인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임금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이제 자영업이라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그는 법정 정년이 60세로 굳어지기 이전에 55~58세로 정년퇴직한 친구들에게 자영업은 꿈도 꾸지 말라고 설득한다. 자영업에 투자할 돈이 있으면, 차라리 그 돈을 까먹으며 놀고 지내는게 더 유익하다는 간절한 설명도 매번 곁들인다.

대학 졸업 후 들어간 첫 직장에서 장기 근속했던 A씨가 제2의 도전을 위해 택한 것은 두 차례의 자영업이었다. 그 중 두 번째가 5년 간 유지했던 치킨호프집 운영이었다. 사람들이 제법 붐비는 서울 모처의 먹자골목 2층에 유명 프랜차이즈점을 열면서 그가 투자한 돈은 2억 남짓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봄 자영업을 접은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투자비와 그간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은행에서 담보대출로 끌어다 쓴 빚 3억원이 전부였다. 그나마 2년여간 낮엔 지인이 운영하는 개인회사에서 일하며 소액 임금을 받은 결과가 그 정도였다.

그가 치킨호프집을 접기로 처음 작정한 것은 장사 시작 후 2년여 만의 일이었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정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으나 향후 수지타산을 맞춰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중대형 이상 매장에 한해 금연조치가 우선 시행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난해까지 버텼던 것은 투자비의 절반이라도 건지기 위함이었다. 권리금과 1억 이상 들어간 시설비 일부라도 되찾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같은 결정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결국 월세마저 수개월 밀리는 바람에 시설권리금은 고사하고 주고 들어간 바닥권리금조차 포기한 채 빈손으로 가게를 넘기고 나왔다. 밀린 월세를 제하고 보니 나올 땐 보증금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A씨가 장사하면서 가장 크게 회의를 느꼈던 점은 수억을 투자한데다 가장 긴 시간 일하는 자신이 알바나 주방 직원보다도 덜 번다는 사실이었다. 장사 초기엔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약간의 수익이 있었지만, 소위 ‘오픈발’이 떨어지면서부터 한달에 100만원 벌기가 쉽지 않았다. 30평 이상 매장에 한해 금연조치가 먼저 시행되면서부터는 간간이 적자를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영업장 내 금연조치는 시행 초창기에, 특히 2층 이상에 자리잡은 영업점에 치명타를 안겨주었다. 결국 마지막 1년은 적자로 일관했다.

오픈하기 전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사원의 달콤한 유혹을 액면 그대로 믿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현실은 그의 말과 너무 달랐다. 초기 6개월 정도를 제외하면, 그의 매장에서 최고 소득자는 ‘주방 이모’, 그 다음이 홀서빙 알바였다. 사장인 자신은 적자에 시달리더라도 종업원들의 월급은 무조건 챙겨주어야 했고, 명절이면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늘 을의 입장이었다. 손님을 응대할 때도, 프랜차이즈 본사를 상대할 때도, 종업원을 대할 때도 예외 없이 을이었다. A씨의 예처럼 사장 한 명과 주방 한 명, 알바 한 두 명이 일하는 소규모 매장에서는 사장과 종업원 간 갑을 관계가 뒤바뀌기 일쑤다. 종업원 한 명만 근무 펑크를 내면 그 날 장사를 못하게 된다는 약점이 그 배경이다.

실제로 초보 사장 A씨는 해당 분야 유경험자들이었던 주방 직원과 홀서빙 알바의 ‘갑질’로 수차례 곤욕을 치렀다. 한 번은 알바생 중 한 명이 갑자기 그만두어 A씨와 나머지 알바 한 명이 홀을 담당하게 되었다. 즉시 알바 모집 공고를 냈지만 늘 그렇듯 구인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상태가 이어지던 어느 날 혼자 남은 알바생이 느닷없이 시급 2000원 인상을 요구했다. 당시는 호프집의 연중 최고 호황기인 여름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최저임금보다 다소 높게 시급을 주고 있던 터였지만 A씨는 하는 수 없이 단계적 인상이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 알바마저 갑자기 안 나오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상황임을 직감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한 역제안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불길한 직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자신의 요구가 온전히 관철되지 않자 그 알바생은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물론 예고도 없었다. 알바생들이 무단결근할 때 대개 그렇듯 그 또한 수 차례 시도한 전화에 묵묵부답이었다. 그 일로 A씨는 수주 동안 자녀와 조카 등을 동원해가며 겨우겨우 영업을 이어가야 했다. 그럴 동안 홀서빙은 엉망이었다.

사장님들은 위와 같은 일을 당하면 해당 알바생이 일한 날짜 수를 정확히 계산해 속히 임금을 계좌이체해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방노동청으로부터 경고가 날아들기 십상이다. 반면, 알바 등의 무단결근이나 갑작스러운 퇴직으로 손실을 본 업주가 하소연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A씨는 요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시급 기준) 1만원 방침을 접할 때마다 속이 끓어오름을 느낀다. 실정을 모르는 공무원, 혹은 정치적 이익만을 고려하는 무책임한 정치인들 때문에 최저임금이 임계점마저 넘어가고 있는 현 상황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A씨에 의하면, 그의 경험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다. 먹자골목에서 5년 넘게 매장을 운영하면서 골목 사장님들의 실상을 어느 정도 알게 된 그에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죽음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존재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A씨의 예측 대로라면 최저임금 1만원이 2020년까지 실현될 경우 560만 자영업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상인들은 장사를 포기하거나 매장을 1인 영업장 형태로 바꿀게 확실하다.

지역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영업시간은 치킨호프집의 경우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 전후까지, 커피전문점의 경우 오전 7~9시부터 밤 11시 전후까지다. 대충 계산해보아도 하루 영업시간이 최소 11시간에서 최대 16시간에 이른다. 영업준비 단계까지 포함시킬 경우 제과점 근무시간은 이보다 더 길다. 치킨호프집이나 커피점 사장이라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엔 홀서빙 종업원을 교대 근무로 상시 1명만 유지하려 해도 하루 일당 11만~16만원, 월급으로 치면 330만~48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더구나 주방 직원은 홀서빙 알바보다 다소 적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월급은 더 받는게 업계 관행이다. 그러니 주방 임금까지 더하면 최소 인원 유지 시에도 월 인건비만 700만원 이상 나가게 된다.

나가는 비용은 인건비가 다가 아니다. A씨의 경우 40평이 조금 안되는 매장에 대형 냉난방기 두 대와 각종 조명을 가동하느라 전기요금만 매달 50만(봄, 가을)~90만원(여름)을 지불했다. 여기에 190만원의 월세와 주류 및 식자재비 매달 수백만원, 분기별 부가세, 상하수도 요금 등 기타 공과금, 가스 사용료, 화재 상해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료, 세무사 기장료 등등을 내야 했다. 빚을 내 사업을 시작한 그는 매달 120여만원의 원리금까지 갚아야 했다. 그가 텔레뱅킹을 통해 매달 사업자통장에서 계좌이체를 하거나 자동이체를 함으로써 돈을 지불하는 건수는 10건이 넘었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A씨가 치킨호프집을 접기 직전의 월매출은 500만원 내외로까지 떨어져 있었다. 외식업중앙회 자료에 의하면, 음식점 사업자의 90% 이상은 1억원 이하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대다수가 월 830만원의 매출도 올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혹자는 자영업자들이 매출 조작을 일삼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오해다. A씨도 대개의 프랜차이즈 매장들처럼 카운터 담당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종업원과 사장 누구나 형편 되는대로 손님으로부터 돈을 받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모든 매출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전산입력됐고, 그 기록은 실시간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더구나 요즘엔 생맥주 한잔을 마시고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게 보통이다. 신용카드 사용 비율은 매출단가에 상관 없이 매장이 번듯한 곳일수록 더 높은게 현실이다. 사람들의 심리가 그렇다. 드물게 현금 결제가 있지만, 현금영수증이 발급되는게 보통이다. 그러니 A씨 같은 사람이 매출을 조작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사 업종의 다른 사장님들처럼 A씨 역시 기능적으로는 주방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다. 따라서 동종 업계 식당에 주방 직원으로 취업하는게 수입도 더 낫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다. 1년에 거의 365일 일하는 사장님들과 달리 주방에 취업하면 주 1회 휴무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취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다. A씨 또한 그랬듯이 남성, 특히 나이든 남성을 주방 직원으로 채용하려는 사장님은 없기 때문이다. 일식당이나 중식당처럼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음식점이 아닌 한 대개가 그렇다.

이게 A씨가 말하는 우리 사회 자영업 사장님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을 투자한 그들에게도 최저시급 1만원에 해당하는 수입은 꿈같은 얘기다. 자기 가게에서 하루 12시간만 일하고 최저임금 수준인 월 360만원을 챙길 수 있다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가게를 접을 사장님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A씨의 생각엔,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도 수익을 내기 힘든 자영업 사장님들에게 종업원 시급 1만원 지급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A씨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도래하면 소규모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시급 1만원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대규모 매장의 사장들만 살아남아 그들끼리 더 큰 조각의 파이를 나눠 갖게 되고, 도태된 영세 업자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같은 추론의 배경엔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전직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A씨는 군소 자영업자들이 장사로 돈을 벌어 가족 생계를 꾸리던 시대는 10년 전 쯤에 끝났다고 단언한다.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이 연평균 7% 이상씩 가파르게 상승해온게 그 이유란다. 그런데다 새 정부가 향후 적어도 3년 동안은 최저임금을 매년 15% 이상씩 인상하겠다고 하니 영세 상인들이 그 부담을 감당해낼 재간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참고로, 최저임금위원회와 노사정위원회가 공개한 자료(2014년 기준)에 의하면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 중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8위에 해당했다. 한국보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나라는 독일, 뉴질랜드, 프랑스, 아일랜드, 영국, 슬로베니아, 벨기에 등 7개국 뿐이었다.

 

※처음 외식 자영업을 준비 중인 사람으로서 A씨의 보다 상세한 경험 내용을 공유 또는 참고하고자 한다면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질문에 대해 당사자가 성실히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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