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정부의 전속고발권제 폐지 방침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 뜻을 밝히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자단체는 조만간 제도 폐지 반대 의사를 정리해 정부와 국회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전속고발권제 폐지 방침에 기업들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공포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특히 대기업은 그만큼 이 제도의 폐지가 몰고올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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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권제가 무엇이기에 기업들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전속고발권은 입찰 및 가격 담합 등 기업들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중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의미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정식 명칭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위의 독점적 권한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같은 법규정은 공정위를 명실상부한 ‘경제검찰’로 만드는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관련 법규정을 거꾸로 해석하면 공정위 이외의 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은 고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심지어 검찰조차도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인지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수사나 기소를 할 수 없다.

이로써 1980년에 도입된 전속고발권은 그간 숱한 논란을 빚어왔다. 너무나 친기업적인 제도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이 제도를 악용해 오히려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고발 권한을 나누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결국 이 제도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달청장 등의 고발 요청이 있을 경우 공정위장이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게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큰 틀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돼왔다.

이에 지난 21일 공정위는 법무부와 관련 제도 폐지에 합의했다. 전속고발권제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24일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배경에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

기업들이 이 제도의 폐지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발권 오·남용 가능성이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전문성을 지닌 공정위가 1차 여과를 거쳐 검찰 고발을 최소화해왔다는 것이 경총 등의 판단이다.

하지만 전속고발권제가 폐지되면 시민단체나 노동단체 등이 기업들의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에 시비를 걸며 검찰 고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악의적 고발까지 남발될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생각이다.

경영자 단체들은 이같은 이유를 들어 전속고발권제가 폐지되면 기업 활동이 더 움츠러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관련법 개정이 정부 방침대로 이뤄질 경우 공정위와 검찰 양쪽으로부터 파상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로부터는 과징금 공격을, 검찰로부터는 수사를 통한 공격을 받게 돼 사실상 이중 규제에 시달리게 되리라는 게 기업들의 구체적 우려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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