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인사를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황수경 전임 청장을 물리고 강신욱 청장을 새로 임명한 것이 단순한 코드 인사를 넘어 정부에 유리한 통계자료를 내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이번 인사를 비교적 냉정하게 바라보는 측에서도 “통계 표본오류에 의한 경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전임 청장의 ‘귀책사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긴 하지만, 청장 교체가 가계소득동향 보고서 때문일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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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정부의 불순한 의도가 깃든 인사라는 노골적 주장은 주로 자유한국당 인사들로부터 제기됐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그중 한명이다. 김 위원장은 27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 유지 방침을 비난하면서 전날 단행된 통계청장 인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통계청 얘기까지 나오는데 이게 과연 올바른 정부냐”라고 되물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최근 들어 통계청이 연이어 분배구조가 심화됐다는 내용의 가계소득동향 보고서를 내놓자 청와대가 전임 청장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물러나게 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상기시킨 것이었다.

앞서 통계청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무색하게 하는 내용이 담긴 올해 1분기와 2분기 가계소득동향 보고서를 연이어 낸 바 있다. 지난 2분기 보고서는 소득하위 20% 가구와 상위 20% 가구 간 소득격차가 역대 최고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김병준 위원장보다 더욱 노골적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통계를 조작하려 작정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신임 강 청장을 통해 유리한 방향으로 통계자료를 조작하려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국가경제에 불이 났는데 불을 낸 사람이 아니라 불이 났다고 소리친 사람을 나무란 꼴”이라고 비난했다.

강 청장을 둘러싼 의혹은 지난 1분기 가계소득동향이 발표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이 있다. 강 청장(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언론에 의해 당시 그같은 대통령 발언의 근거 자료를 제시한 이로 지목됐다.

당시의 보도 내용은 이날 사실로 확인됐다. 전날 청와대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강 신임 청장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한국당 김승희 의원으로부터 통계청 발표에 대해 표본 논란을 제기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를 받았다. 이에 강 청장은 문제 제기 사실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강 청장은 실업자를 제외하고 고용자의 근로소득만 계산한 것이 맞는지를 따지자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어진 답변에서 강 청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 의원이 “저소득층이 많아 보이는 게 일종의 착시현상이라 말했는데, 표본가구를 교체할 의사가 있는가”라고 묻자 그는 “1분기와 2분기 표본구성을 검토해야 할 것 같고, 표본을 교체하지 않더라도 여러 검토를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이전 청장 재임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 내용을 오류가 있는지 되짚어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김 의원이 “표본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나”라고 연이어 묻자 강 청장은 “잘못됐다기보다 표본은 표집 기술상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방법에 대해 면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표본 분석을 달리하면 기존 발표와 다른 분석 자료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통계청장 경질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도 튀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통계청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가계동향 조사 결과가 표본오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전임 통계청장에 대한 비판도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또 “통계청은 통계상 오류를 범할 기관은 아니다”라면서도 해석상 차이가 나타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사령탑으로서) 억울한 점이 없지 않지만 겸허하게 생각하면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장 교체를 둘러싼 의혹은 전날 강 청장을 비롯한 6명의 차관급 인사 브리핑 현장에서도 제기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인사발표를 하자 통계청장 인사가 가계소득동향 통계 논란과 관련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 대변인은 “그것과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차관급 인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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