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가치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조차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는 실재(實在)가치에 대한 의구심, 그에 따른 각국 정부의 규제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쓸모가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암호화폐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어져왔다.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암호화폐의 가치는 등락을 거듭했다. 그런 과정에서도 암호화폐는 상당 기간 가격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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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암호화폐 전체의 합산 가치는 올해 초 정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몰락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가 됐다.

12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암호화폐의 총 가치는 지난 주 현재 2000억 달러(약 224조58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 초 8320억 달러까지 가치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4분의1 토막에도 못미치는 결과다. 정확한 수치로는 8개월만에 총 가치의 76% 정도가 증발해버린 것이다.

블룸버그 역시 암호화폐의 전체 가치가 올 초에 비해 80%가량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WSJ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을 기준점으로 삼았을 때 암호화폐의 가치는 이더 53%, XRP 43%, 비트코인 캐시의 경우 37% 증발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동안 1.7%의 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올해 초 거품 붕괴로 암호화폐의 몰락을 촉발한 비트코인은 지난해 12월 7일 이후 68%의 가치 하락을 겪었다. 올해 6월 이전까지 이미 큰 폭의 가치 하락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WSJ는 암호화폐의 몰락 원인으로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을 꼽았다. 일반 화폐처럼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가 어렵고, 단지 암호화폐만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이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유다.

그로 인해 투자자들은 암호화폐가 재화 및 서비스의 매매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의 규제 역시 암호화폐의 가치 하락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과 연동해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의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이유가 그러하듯 투자자 보호가 그 이유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 법무부는 암호화폐의 가치 조작 가능성을 이유로 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암호화폐의 가치를 평가하며 긍정론을 펼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암호화폐 거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오히려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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