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은 싸우고 싶은데 상대편은 그만하자고 한다.

미·중 무역 전쟁의 양상이 딱 그러하다. 싸움을 거는 쪽은 미국, 끝내려 하는 쪽은 중국이다.

미국이 오는 24일(현지시간)부터 2000억 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물리기로 결정했다. 이미 1097개 품목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다시 한 번 공세 고삐를 조인 것이다.

미국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며칠 내로 관세부과 대상을 중국 수입품 전체로 확대하는 3단계 추가관세 부과절차를 개시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소식통이 전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중국의 상황은 미국과 다르다.

일단 중국은 미국의 2000억 달러 중국산 제품 관세에 맞대응을 하긴 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8일 2018년 제6호 공고를 통해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에 5∼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오는 24일 낮 12시 1분을 기해 시행하며 3571개 품목에는 10% 관세를, 1636개 품목에는 5% 관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조치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중단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국무원은 "이번 관세부과 조치의 목적은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것임을 재차 천명한다"면서 "미국의 일방주의, 무역보호주의에 맞선 어쩔 수 없는 반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이 무역갈등을 중단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국제기구의 힘을 빌려 미국의 공격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다.

중국이 미국과 입장이 다른 이유는 양국 무역전쟁이 격화될수록 중국의 보복카드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수입이 수출보다 거의 4배나 많다는 게 이유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18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에 보복할 실탄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류허 경제 담당 부총리가 미국의 추가 관세 결정 직후 각료 회의를 소집했지만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중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의 3차 관세 부과 조치로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1%포인트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항복하고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도용 및 첨단기술 이전 강요,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환율 시장 개입 등의 개선은 자칫 중국의 국가주의 경제 정책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미국과 싸워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