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책금리 상단이 2.25%까지 오르면서 한국의 시장금리가 더 크게 들썩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은 15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의 뇌관을 자극하는 한편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문제는 추세인데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시장금리는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시장금리는 공적기구의 의결을 거쳐 결정되는 정책금리와는 다른 개념으로서 말 그대로 시장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금리를 지칭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도 및 기간의 장·단에 따라 금융거래시 형성되는 금리가 시장금리다.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대표적 변수 중 하나가 코픽스다. 코픽스 금리는 시중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비용에 대출 마진을 가산해 매긴 금리다. 현재 코픽스 금리는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때 기준이 되는 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코픽스는 또 잔액기준과 신규 취급액기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은 자금 조달 시점이다. 그러므로 금리가 상승기조에 있을 땐 당연히 잔액기준 코픽스의 적용이 금융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다.

이처럼 시장금리를 주도하는 코픽스 금리는 지난달 잔액기준으로 1.89%를 기록했다. 2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8월 1.59%를 기록한 이후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매달 오름세를 유지해온데 따라 나타난 결과다.

문제는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가 인상 쪽으로 방향을 거의 굳힘에 따라 앞으로 코픽스 금리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금리 상승 움직임은 이미 시중은행들이 매기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27일 현재 잔액기준 코픽스를 기반으로 하는 시중은행들의 주담대(변동형) 금리는 4%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예를 들면 KB국민은행의 잔액기준 코픽스를 기준으로 한 주담대 최고금리는 이날 4.78%를 나타냈다. 기타 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는 신한은행 4.54%, NH농협은행 4.51%였다.

시장금리를 움직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혼합형 주담대 가이드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AAA등급 5년물의 금리(민평금리 기준. 민평금리: 민간채권평가회사들이 산정한 채권금리의 평균치)가 있다. 이 금리 역시 최근 들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2.278%였던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20일 2.441%, 21일 2.416% 등의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 역시 코픽스 연동 금리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금리의 상승 기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섣불리 올릴 경우 그러지 않아도 차갑게 식어 있는 경기가 아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이 한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현재 국내 경기만 놓고 보면 한은은 오히려 금리를 내려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역전된 한·미 간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마냥 두고볼 수만도 없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그같은 한은의 입장을 반영하듯 블룸버그가 22개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IB들은 대체로 한은이 올해 4분기와, 내년 3분기, 내후년 2분기에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한은의 기준금리는 2020년 봄쯤엔 2.25%를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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