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의 빅4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인상폭은 3%대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은 이르면 다음달 말에 시작된 뒤 내년 상반기까지 줄지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업계 매출 1~4위인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험개발원에 보험료 인상을 위한 요율 검증을 의뢰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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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원에 검증을 의뢰하는 것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요율에 대한 양자 간 의견교환이 이뤄지고, 이 과정을 통해 보험사들은 인상의 명분을 취득하게 된다.

보험사들이 인상 요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대략 두 가지다. 이전의 보험료 조정 이후 증가한 손해율과 정비요금 인상이 그 것이다.

업계 선두인 삼성화재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률을 1.2%로 산정한 뒤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의뢰했다. 인상률 1.2%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적정 정비요금을 조정 공표하자 이에 맞춰 정비업체들과 재계약을 맺은 뒤 이를 토대로 산정된 것이다.

그러나 삼성화재가 재계약을 맺은 정비업체는 전체 5000여개중 등급이 확정된 1500여개에 불과하다. 즉, 전체의 3분의1을 우선 반영해 1차로 보험료를 1.2% 올리겠다는 뜻이다. 나머지 3분의2와 재계약을 모두 마치면 그 비율에 맞춰 다시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게 삼성화재의 방침이다.

따라서 삼성화재가 모든 정비업체와 재계약을 마치면 정비료 인상에 따른 보험료 인상폭은 3%대 중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상요인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삼성화재는 이와 별개로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2%대의 보험료 인상 요율에 대한 검증을 의뢰하기로 했다.

최근 들어 삼성화재의 월별 손해율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손해율은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손해율 90%라면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100원 거둬들인 뒤 교통사고 피해자 등에게 90원을 지불했다는 얘기가 된다.

보험사들이 손익분기점으로 삼는 손해율은 78~80% 선이다. 손해율이 올라간 배경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험금 지급금 인상, 여름철 폭염에 따른 사고 증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만약 삼성화재의 방침대로 보험료 인상이 이뤄진다면 이 회사 자동차보험 상품의 보험료는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5%대의 인상률을 기록하게 된다.

매출 2위인 현대해상과 3위 DB손해보험 역시 나름의 인상률을 산정한 뒤 최근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의뢰했다. 이들 회사가 검증을 의뢰한 보험료 인상률은 3%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빅4중 하나인 KB손해보험도 일단 정비업체와의 재계약에 따른 인상분만을 반영한 상태에서 1%의 인상률을 산정한 뒤 요율 검증을 의뢰했다. 일단 이 정도로 해둔 뒤 삼성화재 등 선두 주자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게 KB손해보험의 방침이다.

KB손해보험은 현재 빅4 중 가장 높은 손해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손해율은 업계 평균(83.7%)을 넘어 85.1%에 이른다. 이를 감안하면 KB손해보험도 앞선 3사와 마찬가지로 최소 3%대의 인상률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의 요율 검증에 통상 2~3주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 달 말이나 내년 초 인상된 보험료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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