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어 사용할 경우 치솟는 게 하나 있다. 공기청정기로 확인할 수 있는 미세먼지(PM10) 수치다.

실제 국내외 실험 결과들에 따르면 가습기 사용으로 인해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가는 현상은 초음파 가습기에 칼슘, 나트륨 등의 광물질(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물을 사용할 경우에 나타난다. 수돗물을 사용할 때 쉽게 관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1992년 국제학술지(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된 실험 결과를 보면, 면적 392㎡의 집에서 수돗물을 넣은 초음파 가습기를 틀 경우 집안 PM10 농도가 최대 658㎍/㎥에 달한 반면 미네랄 함량이 낮은 증류수를 사용했을 때에는 그 수치가 54㎍/㎥에 그쳤다.

가열식 가습기의 경우 수돗물을 넣어도 PM10 농도가 41㎍/㎥에 불과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 제공/연합뉴스]
[사진 = 게티 이미지 제공/연합뉴스]

초음파 가습기는 진동판을 통해 작은 물방울 입자들이 공기 중으로 튀어나오게 한다.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가열해 증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한 공기질관리업체가 국내서 실시한 간이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초음파 가습기에 증류수와 미네랄을 걸러 낸 정수기 물을 넣어 3시간 동안 작동시킨 결과,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각각 20㎍/㎥, 40㎍/㎥가량을 나타냈지만, 수돗물을 사용하면 300㎍/㎥을 넘어섰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생수를 쓰면 무려 900㎍/㎥까지 치솟았다.

이런 현상은 공기청정기가 공기 속 물방울 입자를 미세먼지로 인식해서 나타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물론 인체에도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내 가습기 업체들은 가습기에 수돗물을 사용하라고 권장해왔다. 수돗물 속에 함유된 염소가 세균 증식 위험을 막아준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이같은 견해를 존중하더라도 수돗물처럼 광물질이 많이 든 물을 초음파 가습기에 쓰면 물속 광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코로 들이마셔도 인체에 과연 무해한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국내는 물론 국외서도 이로 인한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본 연구진이 2013년 국제 학술지(Particle and Fibre Toxicology)에 게재한 보고서(Effect of aerosol particles generated by ultrasonic humidifiers on the lung in mouse)에 따르면 다섯 그룹의 쥐를 7~14일간(하루 8시간 혹은 24시간) 수돗물을 사용한 초음파 가습기에 노출시킨 결과, 가습기가 내뿜는 입자 흡입이 폐에 세포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염증이나 조직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물속 미네랄 함량이 많을수록 배출되는 입자 크기가 커지고, 농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습기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작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보다는 미네랄 함량을 줄인 물을 쓰라”고 권고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초음파 가습기를 통해 공기 중에 퍼진 광물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위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초음파 가습기엔 가급적 증류수나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된 물 등을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수돗물을 쓸 경우 광물질이 공기 중에 확산할 뿐 아니라 가습기 내에 침전물이 생기는데 이는 세균과 곰팡이 등 각종 미생물의 서식지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이런 내용은 2015년 환경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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